▲한성무 대전시 축구협회 심판이사 |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될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부심과 주심은 어찌 된 일인지 득점을 인정하지 않고 오프사이드 반칙을 선언했다. 이제 막 심판을 시작한 부심의 명백한 오심이었다.
득점한 팀의 감독은 어안이 벙벙한지 평상시와 다르게 제대로 항의도 못 한 채 경기는 오프사이드반칙으로 재개됐고, 경기가 재개된 이후에 정신을 차린 감독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항의를 시작했다.
흥분한 감독이 경기장으로 들어가 더는 경기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경기는 중단됐다. 심판이사가 리그감독관과 상의해 “주심이 감독에게 오심에 대하여 사과하게 하고, 심판이사가 감독을 설득한 후 경기를 속개하자”고 제안하면서 경기를 재개했다.
경기를 마친 후 일부 심판들은 “오심도 경기 일부분인데 오심에 대해서 주심이 감독한테 사과할 수 있는지. 심판이사와 리그감독관이 어떻게 주심에게 감독한테 사과하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반박했다.
오심도 경기 일부분이라는 말은 축구심판이 승패가 바뀌는 심각한 실수를 했더라도 경기가 재개 또는 종료된 이후에는 오심를 수정하거나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뜻이고, 또한 재경기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고 한 번 내려진 결정을 수시로 수정하고 번복할 수 없어서 그 실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어 마치 스포츠계의 숭고한 정신처럼 우리 마음속에 각인되어온 말이다. 심판의 치명적인 오심들이 모두 이 아름다운 표현으로 갈무리되어 억울한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을 짓눌러서는 안 되겠기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심 판정 자체를 정당화시켜서도 안 되고, 심판이 '오심도 경기 일부분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오심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흔히 심판을 '경기장의 법관 또는 포청천'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경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며 원활한 경기진행을 위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서 함을 뜻한다.
범죄를 다루는 재판관은 판결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건 검토, 유 사례, 검사 또는 변호사의 의견을 참고해 판결을 내린다.
심판은 충분한 시간도 없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혼자서 판단을 해야 하고 더욱이 넓은 경기장을 뛰어다니면서 선수들의 행동을 보고 즉시 판단해야 한다.
움직이면서 사람의 순간 행동을 보고 즉시 판정하기에 오심이 있을 수 있고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오심을 범했을지라도 심판은 반성하고 다시는 오심을 반복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 심판의 오심에 대해 팀에서 관계기관에 제소를 하지만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절대로 번복되지 않고, 억울함을 하소연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그래도 심판이 오심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과를 한다면 승패는 결정됐지만 그래도 팀 관계자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심판이 자신의 치명적인 오심에 대해서도 '심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할 수 있다'라는 말과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다'라는 말로 지도자 등 팀 관계자들을 모른 체한다거나 무시한다면 이것은 대한축구협회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축구인 상호 간 존중캠페인'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겠다.
심판의 권위는 선수나 지도자, 학부형 또는 팬 위에서 군림하거나 한 번 내린 판정은 절대적이라거나 나도 실수할 수 있다는 옹고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내리고자 하는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에서 진정한 심판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성무 대전시 축구협회 심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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