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숭주 대전노은초 교감 |
빵~ 빵~거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유난히 시끄럽다. 밀려있는 차만큼이나 마음은 급하고 발은 동동거리고 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주변의 낯선 모습에 깜짝 놀랐다. 지난 2년간 수없이 다녔던 낯익은 길인데…. 신호 대기중 깜빡 생각에 잠겼다. 출·퇴근길 앞 차의 꽁무니만 따라가다 시꺼먼 연기만을 보며 수많은 시간을 도로위에서 보냈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가슴으로 밀려온다. 목적지를 향해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각없이 그냥 제자리만 맴돌았던 지난날…. 빵~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멈춰 있던 생각의 브레이크를 떼고 학교에 왔다.
“행복하세요”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오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아이들만 떠올려보면 늘 즐거웠던 지난 25년간의 행복했던 교직생활! 퇴근하고 나서 그 동안 내 인생의 사진첩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그 아이들이 보고 싶어 예전의 사진과 정성껏 만들었던 문집을 열어 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발령 받기전 보령 탄광촌에 위치한 도화담초등학교에서의 강사생활은 지금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수업을 마치면 순진하고 해맑은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가정 방문도 하고, 근처 개울가에 가서 다슬기도 잡고, 공주 시골집에 데려와 같이 자기도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미꾸라지 튀김, 파전에 막걸리를 보내주셔서 6학급 직원들과 행복한 강사생활을 했던 추억들….
그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전교생 학예발표회 때 2학년 성옥이는 노래를 나는 피아노 반주를 했다. 연습은 수없이 하였기에 당당히 무대에 올라가 가볍게 건반을 눌렀다. 난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피아노 연주를 했지만 성옥이의 목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뭔가 어색한 분위기와 시무룩한 성옥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긴장한 나머지 너무 빨리 건반을 쳐 성옥이가 중간 이후로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고 한다. 선생님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홍당무된 내 머릿속은 난 성옥이의 시무룩한 얼굴만이 떠올랐다. 지금은 서른이 넘었을 그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
서대전초등학교로 첫 발령이 났다. 6년간 꿈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하는 모든 것들이 왜 그리 재미있던지. 까르르하고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교실, 주말에 아이들과 대전 인근을 체험했던 일, 볼링장과 노래방에서의 추억, 학예발표회때 엄마가 드레스를 대여해 준다고 꼭 포크댄스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학기초부터 매달리는 다른 반 아이들….
이어서 연구학교를 5년간 치룬 대전옥계초등학교. 옥동자를 키워야 한다는 교장선생님의 의지와 선후배들의 끈끈한 연결고리로 교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것들을 몸소 배웠던 곳이다. 그 뒤로 기성초길헌분교에서 3년간 아이들과 교직원 그리고 주민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되어 치렀던 야간운동회,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시골길을 다녔던 추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대전신계초등학교와 대전목양초등학교는 내가 교직생활을 하면서 결실을 맺어가는 시기였다.
교직생활을 해 나감에 있어서 중책을 맡다보니 어려움도 있었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족함을 자상하게 이끌어 주시는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일을 추진하면서 미흡했던 불편함을 소리없이 채워주시는 선후배들. 그 분들이 계셨기에 내 교직생활은 행복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 현재 교감으로 근무하는 대전노은초등학교는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첫발을 내딛은 곳이다. 대용부설실습학교라 매우 바쁜 생활속에서도 교직원 개개인이 주어진 일을 알아서 척척 서로를 챙겨주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교직원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교직생활 25년,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아이들과 교직원과의 만남은 참 행복했다. 존재하는 그 자체로 행복감을 안겨주는 아이들에게 사랑스런 눈빛과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유(천천히)가 교사들에게 주어지기를 바라며,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 가득한 교정을 꿈꾸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이숭주 대전노은초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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