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대학 전공은 학생의 미래 진로나 직업과 연결되기 때문에 심사숙고해 선택해야 한다. 4년 동안 흥미를 갖고 배울 수 있는 전공인지, 평생직장으로 몸담고 일할 수 있는 분야인지 세심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전공과 성적표 사이의 괴리다. 흔히 말하는 대학을 선택하느냐, 전공을 선택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금 당장의 단견으로 전공보다 대학을 선택할 경우, 전공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운 학창생활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개론이나 입문 과목이 많은 1학년 때는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겠지만 필수와 심화과목으로 이어지는 2학년 때부터는 흥미를 잃기 쉽다. 대학 전공은 말 그대로 그 방면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다시 입시를 치르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과 부모가 감당해야 할 정신적 고통과 시간적, 경제적 낭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 선택의 또 하나의 관건은 취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 실업률이 심각한 요즘 대학교육은 입학보다 졸업 후 취업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의 취업률이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가 되고 학교의 위상과 선호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해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실무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학생들 역시 직업과 취업 전망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했을 경우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과 취업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한 학생의 취업률은 82.6%를 기록했는데, 흥미와 적성에 따라 선택한 경우 78.4%, 성적에 맞추거나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선택한 경우는 76.6%로 가장 낮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전공을 성적에 맞추거나 주변 권유에 따른 집단은 업무와 전공 일치도가 매우 낮아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취업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취업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취업 후 월급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이 아니라 적성이나 취업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어느 재벌 총수가 '똑똑한 사람은 노력하는 자를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대학생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아무리 똑똑해도 즐겁게 공부하는 학생을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대학 전공은 한 우물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으면 오래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고 졸업시킨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좀더 먼 장래를 보고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어떤 일을 할 때 기쁘고 즐거운지, 좋아하는 과목이 어떤 것인지 곰곰 잘 따져보고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선택하는 이 전공이 평생 나의 업으로 삼아도 좋을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선택하는 이 대학이 나를 취업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학교인지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내년 봄 대학의 새내기가 될 학생들이 자신이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전공, 그리고 자신을 잘 단련시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길러줄 수 있는 대학을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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