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
둘째는 스페인의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이나 소피아 미술관, 말라가의 피카소 미술관,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느낀 것이다. 입장료가 14유료(약 18,000원)로 세계 3대 미술관에 속하는 프라다 미술관이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말라가의 피카소 미술관은 일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무료다. 이외에 일요일에 무료로 개방되는 발렌시아의 현대미술관이나 언제나 무료인 바르셀로나의 대성당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재와 예술품을 개방해서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국가나 사회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세금을 낸 주민들이 내 도시의 주인이라는 것을 피부에 느끼도록 예산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귀중한 예술작품들을 최대한 개방함으로써 주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 또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위대한 예술 작품에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여 장래 피카소나 달리, 가우디와 같은 예술가가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
셋째는 스페인의 고성이나 수도원 혹은 개인의 오래된 저택 등을 정부가 매입해서 파라도르라는 국립호텔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를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천년의 고성이나 수도원에서 직접 자고 먹으며 그 당시로 돌아가는 체험처럼 역사와 문화를 확실히 느끼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1년에 겨우 네번밖에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경복궁의 개방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지 않은가?
내년도 우리나라 예산이 약 390조에 이르렀다. 대전시만 해도 예산규모가 4조를 넘어섰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다. 우리는 그간 이러한 예산을 활용해 수많은 고속도로, 주민 편의시설,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 소위 사회 인프라를 확충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까다로운 시설 이용규정을 지켜야 이용이 가능하다. 어떤 시설은 아예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의도를 내비치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아무도 이용하지 않으니 시설이 잘 보존은 될 것이다. 배는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지 항구에 정박시키기 위해 제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시설은 마땅히 얼마나 제대로 주민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가에 의해 평가받아야지 원형을 그냥 보존하고 있는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페인과는 달리 목재 위주의 문화재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경우, 남대문 화재로 인해 국민이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화재를 화재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할 때다. 시설을 고이 유지 보존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최대한 이용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시설을 만드는 시대에서, 문화재를 보호만 하는 시대에서 시설과 문화재를 이용하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긍지를, 내가 낸 세금에 대해 뿌듯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주인노릇을 하는 국주주의(國主主義)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의 주인이 되는 주민주의가 아니라 시가 주인이 되는 시주주의(市主主義)가 되어서는 안 된다.
2016년에는 글로벌이라는 외부와의 강제된 개방이 아니라 계층간의 벽을 없애는, 소통되는, 배려하는 내적 개방의 해, 열린사회로 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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