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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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 승인 2015-12-08 17:04
  • 신문게재 2015-12-09 22면
  • 김동욱 태안 대기초 교사김동욱 태안 대기초 교사
▲ 김동욱 태안 대기초 교사
▲ 김동욱 태안 대기초 교사
“오늘 1등은 3모둠이야. 모둠 스티커 세개, 2등 2모둠은 두개, 3등 4모둠은 한 개.”

“앗싸! 우리 모둠 스티커 거의 다 채워간다!”, “아. 우리 모둠은 ○○○ 때문에 졌어.”

“선생님. 이 스티커 100개 다 모으면 진짜 영화 보러 갈 수 있어요?”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가 가르치는 학급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말이었다. 학급의 친구들과의 경쟁, 그 경쟁과 보상을 토대로 더욱 노력하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물론 전혀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자기 개인의 스티커를 위해 모둠의 스티커를 위해 고군분투하여 성적의 향상을 가져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되돌아보면 나 자신이 그러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경쟁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내신 시험,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수능시험, 선생님이 되기 위한 임용고사 등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게 경쟁에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법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생각했고 사회 또한 그러한 삶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어느덧 부작용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점수를 위해 자신을 속이는 아이', '경쟁에서 이기고자 다른 사람들 모르게 반칙을 쓰는 아이', '점수와 등수에 집착하는 아이', '아예 경쟁에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 등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특히 운동능력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같은 모둠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급에는 보이지 않는 계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쟁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아이는 언제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인기를 누렸고 경쟁에서 뒤떨어진 아이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학급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이야기를 꺼내면 몇몇 아이만 감싸 편애를 한다며 다른 아이들의 원망을 듣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겪고 나니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졌고 새롭게 아이들과 시작하는 활동은 다른 친구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기본으로 서로 의견을 '존중'하여 함께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협력을 중심에 두었다. 서로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경청과 존중이 자리 잡았다.

얼마 전 학년 마지막 합주를 연습하던 중 있었던 일이다. 연주할 악기를 고르는 과정에서 ○○○은 내가 마음속으로 '이것만은 고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은 북을 골랐다. 간단한 네 박자 리듬을 치는 역할이지만 ○○○은 손의 협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나름의 판단에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주 정도 연습 기간을 주고 개별로 연습한 악기를 친구들 앞에서 연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아이의 연주가 원활히 끝나고 ○○○의 차례가 되었다. ○○○의 연주가 끝나고 '이 연주를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하고 있을 때 들려온 아이들의 박수소리에 나는 부끄러웠다. 선생님인 나는 결과만 보고 평가하고 있을 때 친구들은 ○○○의 처음 연주와 지금의 연주를 비교하여 친구의 발전을 칭찬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몇몇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꾸준히 ○○○의 손을 잡고 연주 연습을 도와주기도 했다고 하니 선생님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니 아이들은 이렇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목소리 작은 친구의 발표소리를 듣고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모르는 문제를 자연스레 물어보며 함께 해결해 나간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함께 생각하는 것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은 나와 달라서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배워간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또한 경쟁보다 서로 협력하는 세상이길 바란다.

김동욱 태안 대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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