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위해 개장식 일부러 조용히 치러
애들이 부모에 안길 틈없이 즐기게 하니
석달 만에 하루 입장객 1500명 다녀가기도
3D 영상관·맹수사 시설, 성탄절쯤 개장
지난 9월 23일 보문산 대전아쿠아리움의 개장식은 조촐했다. 무대 앞 객석은 내빈보다 빈 의자가 많았고, 시장과 구청장, 정치인 누구하나 찾아오지 않았다. 2010년 옛 대전아쿠아월드의 화려하고 수천 명이 찾아온 개장식과는 크게 대조적이었다. 이러한 조촐한 개장식이 아쿠아리움 인수결정에 이은 최고의 경영전략이었다고 자평하는 이가 있다. 또 진짜 체험과 재미는 지금부터라고 말하는 장동현 대전아쿠아리움 회장을 만나 시설인수와 재개장 그리고 앞으로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폐허가 된 옛 대전아쿠아월드를 지난해 10월 인수하고 재개장을 준비하는 동안 장동현(67·사진) 대전아쿠아리움 회장은 아들인 장진호(35) 대전아쿠아리움 본부장과 함께 보문산에서 숙식했다.
개장과정을 둘러보러 기자가 아쿠아리움에 찾아갈 때마다 장 회장은 작업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수족관에 용접을 도와주고 어떤 날은 페인트칠했으며, 개장 며칠 전에는 화단에 잔디를 심고 있었다.
“집사람하고 큰딸 부부 그리고 귀여운 손녀들이 함께 사는 대구에도 못 내려가고 낯선 대전서 고생하고 있다”며 말하다가도 재개장 시기 등을 취재하려면 “조금만 기다려주소, 다 준비되면 설명드릴 테니 그때나 웃통 벗고 적극 나서주소”라며 경상도 어투로 손사래 쳤다.
지난 7일 인터뷰에 응한 장 회장은 “그동안 준비운동이었고 진짜 재미와 체험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 보문산의 동굴형 수족관시설이 2012년 2월부터 문을 닫아 사실상 흉물처럼 남아 있었다. 이러한 시설을 인수해 재개장하겠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처음부터 100% 성공을 보장하는 사업은 없다. 성공 가능성이 30%만 있어도 뛰어들어 팔을 걷어붙이고 노력해 능력의 120%를 발휘하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주변에서 투자를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전 수족관 관람시설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한민국에 아쿠아리움이 10개 정도이고 대형 수족관은 서울과 부산, 여수에 있고 관람료도 비싸다. 수족관 없는 중부권에 인구가 400만 명이라고 봤을 때 가족들이 나들이할 수 있는 관람시설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만족할 정도의 관람·체험시설을 꾸며 놓으면 충분히 성공한다고 확신해 뛰어들었다.
-수족관 시설을 인수한 게 지난해 10월이고 재개장한 것은 올해 9월이었으니, 인수 후 개장까지 꼬박 1년 걸렸다. 개장 준비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는데 이유가 있었나.
▲옛 대전아쿠아월드 수족관 시설을 99% 다시 설치했고, 본부장과 내가 보문산에 상주하면서 꼼꼼하게 챙겼다. 또 1~2층 수족관시설과 연계해 3층을 체험형 미니동물원으로 꾸몄다. 3층을 상가로 분양할 생각도 해봤지만,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더 제공해 내실을 키우자는 원칙에서 분양 수익을 포기했고 실내 동물원을 꾸몄다. 개장 준비 1년 정도는 처음부터 머릿속에 있던 것이고 개장만 서두르다가 전에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강했다.
▲아쿠아리움 사업을 시작하고 어떻게 시설을 만들지는 4살, 7살 손녀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국에 있는 수족관과 체험시설을 손녀들과 함께 다니면서 꼬맹이들의 반응도 보고 어디서 재미있어 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그래서 대전아쿠아리움 수족관에 물고기를 직접 만지고 모래 속에서 도마뱀을 찾는 체험코너를 만들었다. 또 3층 미니동물원에서는 북극여우, 라쿤, 호저 등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고, 토끼와 병아리 우리에 직접 들어가보도록 했다. 대구에는 미니동물원이 5곳 있는데 대전에는 하나도 없고, 오월드의 동물원은 멀리서 관찰한다는 점에서 대전아쿠아리움에 미니동물원을 만들었다. 덕분인지 지난 두 달간 평일 200~300명 방문하고 지난 6일에 1500명이 다녀갔다. 앞으로 평일 1000명, 주말 3000~5000명을 기대하고 있다. 준비도 되어 있다.
-조용히 개장한 후 입소문만으로 적지 않은 관람객이 찾아오는 것인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내의 수족관시설 대부분이 해수어 관람이고 강과 민물에 사는 담수어는 오히려 보기 드물다. 특히, 대전아쿠아리움은 한국관과 아세아관, 아프리카관처럼 세계 담수어가 대륙별로 구분돼 전시돼 있다. 담수어는 색깔이 화려하지 않지만, 강에도 이런 물고기가 살 수 있구나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희귀어로 구성됐다.
또 수족관을 관람하고 3층 미니동물원에서 미어켓, 카피바라 등의 동물들을 만져보고 체험해 관람코스를 마치는 데 길게는 2시간 소요된다. 이달부터는 악어쇼체험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볼거리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전아쿠아리움에서는 아이들이 부모 품에 안겨있을 틈이 없다. 그만큼 다른 시설과 차별화해 석 달만에 입소문만으로 일 입장객 1500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지금도 아쿠아리움에 시설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관람시설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인가?
▲ 모래 속 샌드피쉬를 찾는 체험 |
-지난 9월 개장할 때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으면 관람객을 더 모을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썰렁한 개장식을 치렀다. 이유가 있었나?
▲옛 대전아쿠아월드 경험에 비춰봤을 때 개장식은 조용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2010년 12월에 수족관 준비 없이 무료개장을 덜컥 했다가 1~2시간 기다린 관람객들이 10~20분만 보고 돌아갔다. 우리도 개장식 날부터 관람객이 1000명씩 찾아오면 준비도 덜 된 직원들은 당황해서 서비스가 형편없이 나빠질 수 있었다. 조용히 개장해서 2~3개월간 운영하며 직원들 손발도 맞춰보며 안정시킨다고 생각했다. 되돌아봐도 조용한 개장식과 지나 두 달간의 무사고 운영은 시설 인수를 결정한 이후 최고의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하루 1500명이 찾아와도 실수나 복잡함 없이 관람이 이뤄지고 있다. 대전아쿠아리움의 준비운동은 마무리됐고, 야외 사육시설 준공을 계기로 진짜 재미와 체험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 민물고기 잡기 체험 |
▲옛 대전아쿠아월드 시절에 발생한 분양 피해자라고 생각해 저 역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인수 후 두 달만에 분양상인들을 만나 의논도 했으나 당시에는 상인들이 대법원 소송에 집중하고 있었다. 소송이 모두 마무리된 상황에서 상가동은 도시가스 등의 비용이 있어 한두 명으로는 극복할 수 없고 피해상인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함께 상생할 방안을 찾아 계속 노력하겠다.
-보문산 수족관에 애정을 갖고 지켜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쿠아리움에 애정을 갖고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내년 3월까지 희귀어류를 더 들여올 예정이고 동물 관람시설은 이달 성탄절 즈음에 확장을 마무리 한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요금 조정은 최소폭으로 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한다. 시설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장 본부장은 이제 대전에서 뿌리내리고 산다는 각오로 올라왔다. 응원에 힘입어 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
▲장동현 대전아쿠아리움 회장은
-1948년 충북 단양 출생
-1967년 제천농고 졸
-1969~1972년 베트남 참전
-1981년 제천 연탄공장 경영
-1997년 두부제조기 생산·중국 진출
-2001년 맥주제조기 생산
-2002년 골프장 조성사업
-2012년 18홀 골프장사업 매각
-2014년 10월 대전아쿠아리움 인수
-2015년 9월 대전아쿠아리움 개장
대담=박태구 기자(법조팀장)
정리=임병안·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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