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한·몽 수교 25주년 기념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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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한·몽 수교 25주년 기념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조화로운 연주와 합창 극의 몰입도는 수준급

  • 승인 2015-12-03 13:13
  • 신문게재 2015-12-04 11면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대전오페라단과 몽골 국립오페라·발레극장이 합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특히 올해는 몽골 국립오페라·발레극장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이 참여해 한국과 몽골간의 진정한 문화예술 교류의 초석을 다진 뜻 깊은 무대였다.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람메르무어 가문의 딸 루치아가 오빠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비극 오페라다. 사실 이 비극의 주인공들은 바로 루치아와 오빠인 엔리코다. 원수가문의 남자와 진실한 사랑 관계에 있는 동생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동생을 죽음으로 몬 주인공이 바로 친오빠이기 때문이다.

결혼식 첫날 밤 루치아가 남편을 죽이고 본인도 미쳐 죽어가면서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는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다. 이 노래를 듣기 위해 오페라를 보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적 역량과 기교가 극대화된 아리아다. 대전오페라단의 캐스팅은 개성 강한 두 사람의 음악적 차이만큼 서로 다른 루치아를 만들어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루치아의 내면에는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상반된 모습이 공존한다. 소프라노 구민영은 남편을 살해하는 드라마틱하고 광적인 루치아를, 소프라노 조정순은 맑은 음색으로 미쳐가는 가련한 루치아를 잘 드러냈다. 기교적이고 극적인 루치아의 역할에 탁월한 해석력을 보여준 구민영의 소리와 연기는 전율을 느끼게 했다. 아울러 비열한 오빠역인 바리톤 이승왕은 열정적인 연기와 뛰어난 발성으로 남매의 극적 갈등을 제대로 보여줬으며, 사제역을 맡은 베이스 손철호는 안정적이고 풍부한 음색으로 음악과 배역에서 오페라의 중심축을 잡는 노련한 균형감각을 선보였다.

몽골 국립오페라· 발레극장 오케스트라는 류명우의 지휘하에 긴박감 넘치는 도니제티 오페라의 격렬한 정서적 감정을 살리며 차분한 음색으로 오페라를 이끌었다. 역동적인 음악적 흐름을 좇기에는 몽골 국립오케스트라의 기량이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전체 흐름을 표현하는 데는 무난한 연주였다. 합창과 무용 역시 오페라의 큰 그림 속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다.

오페라를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으로 만들면 당장 주목을 받을 순 있지만 새로움의 추구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다소 무거운 무대장치와 비극적 분위기를 상징하는 어두운 배경은 어둠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았으며, 주인공들의 역할과 감정에 따라 움직인 조명의 빛과 그림자는 오페라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데 주연과 조연의 역할 배치를 철저히 분리해 초점을 흐리지 않고 보편적이고 일관성있게 끌고 간 연출가 안호원의 힘이 돋보였다. 그렇기에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큰 틀에서는 아쉬움이 있었고 세련미는 부족했지만, 탁월한 노래와 극의 몰입도가 수준급인 성공적인 합작 오페라로 기억될 것이다. 음악과 극의 완성도에 모든 역할을 맞추는 길이 종합예술작품인 오페라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잣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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