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자체개발 'ATLAS'…세계 원전사고 막는다

  • 경제/과학
  • IT/과학

원자력연 자체개발 'ATLAS'…세계 원전사고 막는다

2007년 첫가동 '최고 안전실험장치' … 열수력 시뮬레이션 통해 사고 차단 프랑스 등 15개국 데이터활용 연구중… 후쿠시마 사태 후 도입 필요성 급증

  • 승인 2015-11-29 13:23
  • 신문게재 2015-11-30 13면
  • 최소망 기자최소망 기자
●'ATLAS' 실험중인 佛 CEA 샤클레 센터를 가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설계·건설한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인 'ATLAS'
▲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설계·건설한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 실험장치인 'ATLAS'
프랑스 파리 인근 샤클레(Saclay) 지역. 인구 2900여 명이 모여 사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작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원자력 분야의 세계적 롤모델감인 연구소들이 포진해 있다. 파리를 유럽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그랑 파리' 프로젝트 일환으로 첨단연구산업단지가 건설되고 있는 프랑스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샤클레로 가기 위해 파리 시내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차례로 달렸다. 시내를 벗어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어느새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2~3층짜리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인 광경이 펼쳐진다. 프랑스 원자력청(CEA) 샤클레 연구센터다.

지난 13일 금요일 터진 테러 사건 때문인지 정문에 이르자 경비가 삼엄하다. 장총을 든 경찰들과 민간 보안업체 경비요원들의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구소에 들어가기 앞서 꼼꼼한 출입절차가 철저하다. 연구소 전체가 보안을 이유로 사진촬영이 금지됐다.

1945년 설립돼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CEA는 현재 1만6000여 명과 연간 43억 유로(약 5조3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 연구집단이다. 프랑스 전역에는 11개의 CEA 연구센터와 4개 기술이전 지역센터가 있다. 샤클레 연구센터도 11개 센터 중 하나로, 원자력 안전과 물리·기초과학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규모도 큼직하다. 연구소 전체를 둘러보려면 어른 걸음으로도 2시간은 족히 걸린다. CEA 샤클레 연구센터 정문을 지나 연구소 내부로 들어서자 거목들이 줄지어 있는 정원과 잔디밭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얼핏 보기엔 연구소라기보단 잘 정돈된 공원같다.

▲ 프랑스 원자력청(CEA) 샤클레 연구센터 전경.
▲ 프랑스 원자력청(CEA) 샤클레 연구센터 전경.
▲세계 원자력 안전 기여하는 '한국의 ATL AS'=정문에서 5분을 걸어 도착한 CEA 원자력 에너지 시스템구조 모델 연구동. 이 곳에서는 한국의 대표적 원자력 안전 실험장치 'ATLAS'의 실험데이터를 활용해 프랑스의 원자력 안전 전산코드를 검증하고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설계·건설한 ATLAS(Advanced Thermal-Hydraulic Test Loop for Accident Simulation)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원자력 계통에서 일어나는 열수력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거대 실험장치다.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라 불린다. 이 실험장치를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원자력 계통 열수력 관련 사고를 모의해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ATLAS는 2007년 첫 가동을 시작해 세계적으로 원자력 안전 중요 실험장치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보다 심각한 원자력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원자로 건설 디자인이 필요해짐에 따라 ATLAS가 국제적으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원자력 안전연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는 지난해 4월 원자로 설계기준의 초과사고를 대비한 종합효과실험 강화를 위해 ATLAS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한국이 주관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는 OECD-ATLAS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스위스, 독일, 중국, 일본 등 15개 국가의 22개 원자력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OECD-ATLAS 프로젝트는 2017년까지 3년간 약 32억 원이 투입된다. 우리나라가 16억 원, 참여 국가별로 나머지를 분담하는 구조다. 공동연구의 핵심은 최적의 원자력 열수력 안전해석코드 검증과 중대사고로 확대될 수 있는 심각한 원전 사고 발생시 물리적 현상에 대한 새로운 고부가가치 실험자료 생산이다.

프랑스 CEA는 ATLAS의 실험 데이터를 해석·비교하면서 국가에서 유일한 원자력 안전 전산코드 '까따르(CATHARE)'를 검증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전산코드 프로그램 개발은 원전의 안전성을 예측하고 검증하는 데 필수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기 전,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들을 미리 예측하는데 전산코드 프로그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ATLAS가 프랑스 뿐만 아니라 OECD 주요 원자력 개발국들의 원자력 안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셈이다.

버나드 페이디드(Bernard FAYDIDE) CEA측 OECD-ATLAS 책임자는 “한국의 ATLAS가 세계 원자력 안전의 중요한 국제적 키를 쥐고 있다”며 “ATLAS를 통해 프랑스 까따르 코드를 선진화시켜 차세대 연구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 니에(Ho Nieh) OECD/NEA(원자력기구) 원자력안전기술규제 국장은 “원자력 안전 국제 커뮤니티에서 한국의 ATLAS는 새로운 디자인의 매우 훌륭한 원자력 안전 실험장치”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ATLAS 실험 데이터의 국제적 정보 공유가 세계 원자력 안전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재주 OECD/NEA 원자력개발 국장은 “NEA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 미래에 인류가 필요한 원자력 에너지는 930기가와트가 더 필요해 현재 380개 원자로에서 2.3배를 더 지어야 한다”며 “갈수록 원자력 에너지의 국제적 공조와 국제공동연구가 중요한 시점에 원자력 강국인 한국에서 제2, 제3의 ATLAS와 같은 국제공동 프로젝트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 연구 못하는 것 빼고 다 한다=CEA 샤클레 연구센터 내에는 방사선 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 시설들도 즐비해 있다. 어디가 CEA이고, 어디가 IRSN인지 구분이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IRSN에서도 점차 원자력 중대 사고에 대응하는 다양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요오드 누출 대응 관련 연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수십개의 IRSN 연구건물들 중 요오드 누출 대응 관련 연구를 하는 한 실험실에는 새로운 장비를 구축하느라 테크니션들이 동분서주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요오드 누출 중대사고를 대비해 격납용기에 투입될 다양한 필터를 개발하고, 제대로 요오드 필터가 작동되는지 실험하는 새로운 실험장치를 조립 중이다. 거의 완성단계라서 실험실에 은빛 장치들로 가득찼다.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 준비에 다소 흥분된 모습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요오드가 누출되면 노출 즉시 사람의 갑상선으로 흡수돼 각종 암 발병 등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어 요오드 누출 사고 연구는 원자력 중대사고 연구에 핵심으로 꼽힌다.

요오드 실험실에서 3분쯤 떨어진 연구동에는 원자로 수소 폭발 대응 관련 실험장치 'TOSQAN'이 운영 중이다. 7㎥급 소형 실험장치이지만 작은대로 특성이 있다. 실험 정확도가 높아 유럽의 대표적 원자력 수소 중대사고 실험장치로 통한다.

IRSN 이외에 CEA에는 'MISTRA'라는 100㎥급 중형 실험장치가, 러시아에는 'KMS'라는 1865㎥급 대형 실험장치가 있다. 연구자들은 TOSQAN을 통해 원자로 내에 있는 수소를 적절하게 태울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연구한다. 원자로 내에는 피복관이 산화돼 수소가 발생하는데 제때 태워주지 않으면 폭발이 일어나는 원전 중대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TOSQAN을 통해 수소가 원자로 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하고, 촉매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수소를 태울 수 있는 점화코일 기계를 원자로 격납고에 몇 개를 설치하고 어디에 설치하는 지에 관한 문제를 놓고 열띤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TOSQAN 실험연구동과 이웃하고 있는 연구동에는 'STARMANIA'라는 거대 실험장치가 있다. 지름 1m 크기의 파이프라인들이 지그재그로 얽히고 설켰다. 이 장치는 원자로 내 압력차가 일어날 경우 수많은 방호문들이 얼마나 압력에 견디느냐를 실험하는 곳이다. 실험실 한켠에는 압력실험에 찌그러진 철문들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연구를 하는 곳이 없다.

최기용 원자력연 열수력안전연구부 박사는 “전통적으로 기초연구에 충실한 프랑스는 원자력 안전 연구분야에서도 과감하고 미래지향적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연구의 다양성과 미래 지향적 연구를 지향하는 프랑스의 기초연구 학문 분위기를 우리나라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덕특구기자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