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경희 논산 황화초 교사 |
열정을 지닌 멋진 선생님으로 아이들 기억 속에 남고 싶은 것은 모든 교사들의 소망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마음이 아파진다. 슈퍼선생님을 요구하는 학교로부터 감당하기 버거움을 느낀다. 마음이 아픈 원인은 무엇일까? 교사들의 흔한 직업병, 학부모들의 민원, 현장에서 겪는 마음의 상처, 아이들과의 갈등, 상대적인 무능함 등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었다.
'다들 힘들어. 너만의 문제는 아니야', '행복한 비명이야', '더 열심히 해봐.'
나누었던 고민은 이러한 말들로 되돌아왔다. 주변의 이런 말들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탁 걸리는 말이 있어 밑줄을 긋고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 일이 있다. '교사에게 양분을 주지 않으면 교사는 학생을 잡아 먹는다(If you don't feed the teachers, they eat the students).'
이 글은 무엇보다도 교사에게는 주변의 위로보다 학생들의 위로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웃으며 행복할 때, 나로 인해 아이들이 변하고 성장함을 볼 때,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고 힘과 응원의 박수를 보내 줄 때 마음의 통증이 치유되는 것을 알았다. 아니 힘든 나의 모습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인지 더욱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요즘 업무로 출장이 여러번 계속 되었다.
“오늘 선생님 출장이야. 너희들 교실 뒷정리, 마무리 잘할 수 있지? 선생님이 믿고 가도 되겠지?” “아~~~ 선생님 또 출장이세요?” “맞아요. 매주 출장 가시는 것 같아요”라고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녀석들이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건가”생각하며, “왜 선생님 출장가면 좋지 않아”라고 물었었다.
“아니에요. 선생님 있는 게 더 좋아요.”
즉각 들려오는 대답과 기뻐서 뛸 줄 알았는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슬그머니 기쁨이 올라왔다.
그래 아이들이 있는 여기가 내가 있을 자리다. 업무로 지치고 때로는 아이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작은 사랑이 내게 전해질 때 마음의 통증이 사라지는구나.
주변의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아이들의 작은 사랑의 아우성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구나.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아이들과 함께 웃는 웃음 한 번 더 나를 더 크게 위로했었구나.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내가 처음으로 교단에 섰을 때의 떨리는 두려움 설레는 첫 마음을 기억하며 겸손한 자세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지니고 싶다. 잠깐 많은 생각이 나를 스쳐갔다.
매년 학년 초가 되면 일 년 동안 함께 지낼 아이들과 함께 학급 규칙을 정하고 교실 전면에 게시한다. 교사도 발언권을 가지고 규칙제정에 참여할 수 있는데 나는 매년 '선생님을 사랑하자'를 제안한다. 올해도 우리 반 규칙엔 '선생님을 사랑하자' 가 포함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가는 학급 경영을 꿈꾸며 만든 그 규칙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늘 아이들의 알림장에 써주었다. '오늘의 숙제 선생님을 사랑하자.'
송경희 논산 황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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