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모든 도시는 이미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는 계속 살고 싶게 해야 하고, 다른 데 사는 사람들에게는 와서 살고 싶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직장, 학교, 교통, 복지, 자연환경 들에 따라 두루 좌우되므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글은 도시의 정주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도시가 사람들을 부르는 다섯 요인으로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살거리 그리고 잠자리’를 들고, 이를 도시 마케팅의 ‘네(4)거리 한(1)자리’라고 명명하기로 한다. 자연을 가공하여 문화화한 도시를 보다 매력적인 공간과 장소로 상품화하고 판촉하는 활동이 도시 마케팅이다.
대전의 브랜드 슬로건인 ‘It's Daejeon’에 대하여 잠깐 언급한 지난 글에서 필자는, 이것이 ‘I ♥ NY’, ‘I amsterdam’, ‘Be Berlin’, ‘Your Singapore’ 따위의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은 차마 하지 못하였다. 이들과 달리 ‘It's Daejeon’은 ‘그래서?’, ‘왜?’라는 반문을 받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왜?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란 그 브랜드, 즉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친근하게 하여 그 도시를 팔기 위함이 목적일진대 ‘It's Daejeon’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팔 것이 워낙 부족한 탓. 콘텐츠가 없으니 그 어떤 레토릭도 공허하기 마련.
그럼에도 대전 시민들은 다 안다. 대전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를. 다른 도시의 사람들도 말한다. 대전은 정말 살 만한 도시라고. 그러나 그들은 또 한결같이 말한다. 뭔가 부족하다고. 바로 ‘네거리 한자리’ 때문. 대전 시민들이야 자신들이 사는 곳이니 ‘볼 것, 놀 것, 먹을 것, 살 것 그리고 잘 곳’에 대한 별도의 갈망이 크지 않겠지만, 어쩌다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클 수밖에. 다른 도시의 사람들 입장에서 대전은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살거리 그리고 잠자리’가 2% 이상은 확실히 부족하다.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전은 무엇을 팔 것인가? 마땅히 이 ‘네거리 한자리’를 두루 갖추어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메이드 인 대전(Made in Daejeon)’으로서의 문화 콘텐츠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 주 중국의 천문산을 실경(實景) 무대로 한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노천 뮤지컬 ‘천문호선(天門狐仙)’을 보고 왔다. 나무꾼 총각과 백여우 처녀와의 사랑을 다룬 빤한 이야기인데, 비 오는 가운데도 삼천여 석의 자리가 다 찼다. 겨울철 두 달여를 빼고는 매일 공연한다니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자연경관이나 문화유산으로 사람들을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한, 대전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들도 한 번 이런 대형 콘텐츠를 꿈꾸어봄 직하지 아니한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 만드는 셈치고 말이다.
우리가 아직 못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 시연까지 적어도 3-4년은 들여야 하는데, 이를 인내하고 지원할 행정력과 정치력 그리고 시민의식의 문제? 대형 상설 작품을 상연하려면 맞춤형 시설을 신축해야 하는데, 그 작지 않은 예산의 문제? 다소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견인해야 하는데, 그 부족한 예술적 기획력과 배짱의 문제? 그중 가장 큰 까닭은 정녕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행정력과 정치력의 문제’일 터. 그러나 감독 위촉, 스토리 공모, 대본 구성, 전용극장 건립 등 단계별로 치밀하게 추진한다면 못 할 게 무에 있으랴, 까짓 ‘메이드 인 대전’!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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