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 소장 |
간은 항상 '술'과 연관되어 거론되는 부위기도 하다. 지나친 음주로 인한 간질환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흔히 '지방간'이라고 하면, 술을 좋아하는 뚱뚱한 아저씨들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나 여성, 왜소하고 날씬한 사람들 중에도 지방간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간에 대해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 김기덕 소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무증상으로 지내기 쉬워=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인 경우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간을 꺼내어 무게를 재기 어렵기 때문에 초음파 상 밝기를 이용해 지방간의 정도를 판단한다. 최근에는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성인병이 늘어감에 따라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간은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과 관계없이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과 연관되어 발생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눌 수 있다. 술은 지방간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술을 자주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될 시간이 부족하고 체내의 영양 부족을 일으켜 간질환으로 진행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간질환을 앓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간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의 구분이 생겨났다.
지방간은 대부분의 경우 무증상으로 지내기 쉽다. 또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피로감과 전신 권태감, 오른쪽 윗배의 통증이 느껴질 경우 지방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증상의 정도는 지방의 축적 정도와 기간, 다른 질환의 동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엄밀히 말해 지방간의 합병증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간이 지방간염, 간경변증, 심지어는 간암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방간은 과다한 당질 섭취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호르몬들이 작용한다. 그 중에서도 식사 후에 혈당이 오르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 나오고, 너무 낮아지면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이 나온다. 이때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 인슐린인데, 혈당이 많이 오를수록 인슐린이 많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당분을 간이나 근육에 지방 형태로 저장을 한다. 그런데 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다 차버리거나, 인슐린이 최대한으로 나올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혈당이 오르게 되면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반대로 인슐린이 감소하면 근육이나 간에 있던 지방이 혈액으로 나오게 되며, 이후 포도당으로 변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공복 시 혈당이 정상수치인 100 이하라 하더라도 인슐린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다르다. 인슐린이 낮다면 지방간이 좋아지는 것이고, 높다면 그 반대라는 얘기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필수=지방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이요법 및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 식이요법으로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되 과일이나 곡물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간혹 고기나 생선을 줄이는 대신 과일이나 주스를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방법이다. 지방을 저장시키는 주범은 과일이나 곡물 같은 탄수화물과 술이기 때문이다.
또한 빠르게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1주일에 3차례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정상 체중 유지가 중요하므로 과체중인 경우 체중조절을 병행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식사 관리나 생활습관 개선, 운동 등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간이 지속된다면, 인슐린 검사를 통해 당분 섭취 조절이 더 필요한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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