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교육과 현실 참여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교육과 현실 참여

  • 승인 2015-11-18 14:37
  • 신문게재 2015-11-19 22면
  • 박노권 목원대 총장박노권 목원대 총장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박노권 목원대 총장
요즘 대학 교수는 취업률을 높여야만 하는 임무도 있어서, 일자리 부탁할 친구가 하나 있으면 여간 요긴한 게 아니다. 이전에 필자도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서 가끔씩 일반학과 졸업생을 소개하고 취업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 쪽이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학생의 실정을 고려해 어렵게 데리고 갔는데, 학생 쪽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취업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회사가 비록 작더라도 성장가능성을 보라고 설득해 보지만, 한번 결정한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회사가 작아서 싫다는 학생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업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취직을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에는 실망을 하며 화가 날 때도 있다. 특히, 영업직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그렇다. 회사의 업무를 요약하면 생산과 판매라 할 수 있는데, 회사에 취직하려 하면서 영업은 하고 싶지 않다니 기가 막힌다. 농사를 짓더라도 먹고 남는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니던가?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있어야 하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큰 산에 오르다 보면 길이 여러 갈래인 경우를 종종 본다. 어떤 길은 정상으로 곧장 이어져 있어서 최단거리이지만 가파르고 험준하다. 그래서 또 다른 루트가 생긴다. 제2의 루트는 하나로 그치지 않고 보통 두세 개가 더 있다. 어차피 새 길은 옛 길의 대안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산을 올라가 보지 않은 사람에게 각각의 길이 갖고 있는 특징을 말로써 알려주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지식의 전달은 말이나 글로써 이런 산의 정상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길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각 코스의 길이와 소요시간과 특징 등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이 산에 대한 하나의 지식을 형성한다. 거기에다가 산 전체의 윤곽을 그림으로 그리고 각각의 루트를 그 위에 표시해서 보여주면 좀 더 일목요연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각 루트의 느낌이나 세부적인 특징은 그림으로 나타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결국 말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눈으로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말로 설명하면 아주 어려워진다. 강아지를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강아지를 말로 설명한다고 가정해 보라. 그 구구한 설명을 듣고 강아지의 모습을 다른 동물과 구별해서 머릿속에 정확히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강의가 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생님이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기도 힘들거니와, 이해했다 하더라도 그게 제대로 이해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시청각 기자재를 최대한 활용한다 해도 그것은 직접 산에 오르는 것만 못하다.

게다가 지식의 대상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산은 산이되 애초부터 말로만 이루어진 산도 있다. 그런 것은 그림으로 보여줄 수도 없다. 그런 산은 그것을 설명하는 말의 뜻마저 어려워서 하나하나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설명이 설명을 낳게 되고 전달의 어려움은 배가된다. 이처럼 교육에서는 말과 글에 의한 설명이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이렇게 힘든 것을 무조건 외우라고 한다거나 요약해서 제출하라는 등의 숙제를 낸다면 학생은 필시 그 과목을 경원시하기 십상이지만, 어쨌든, 교육은 이렇게 말의 세계 속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그 속에 안주하게 되면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어지고, 바깥세계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현실과 맞서려면 처음부터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의 학교에서는 각종 이벤트를 벌여놓고 학생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바깥세계를 위한 연습은 충분하다. 그게 축제 때 부침개와 막걸리를 파는 것이든, 봉사활동이든, 동아리 활동이든, 학생회 임원이 되는 것이든, 학창시절에 가능한 한 많은 역할을 짊어지는 게 좋다. 그 짐이 결국에는 다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다.

취직을 위해서 책만 파다가는 점점 더 현실로부터 멀어져서 급기야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넘어도 안 가본 고개에 한숨부터 쉬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과 글의 세계에 살면서도 한 발은 언제나 현실 세계 쪽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도 이를 위해 체험과 이론이 같이 가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노권 목원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