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20년이 지났는데도 수도 배관시설을 한 번도 교체하지 않아 배관이 녹슨 것인데, 일부 주민들은 물을 마시거나 씻을 수도 없는 심각한 상태에 놓였다.
지난 2월 이 아파트 15층에 세를 얻은 신혼 김씨 부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3주전부터 떨어져 지내고 있다. 수돗물에서 녹물과 쇳가루가 나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고 산모는 아기의 건강을 위해 친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
김씨 집에선 찬물을 틀면 쇳가루가 섞여 나오고 온수를 틀면 녹이 슬어 붉은 녹물이 나온다고 한다.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남은 김씨는 즉석밥이나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처지다. 라면을 끓일 때나 양치를 할 때도 생수를 사용해 경제적 지출도 늘었다. 욕실 샤워기엔 필터를 달아 이용하고 한참 흘려보낸 물로 고양이 세수만 하며 지내는 상태다.
이러한 사실을 들은 집 주인 임모(64·여)씨는 즉시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수도관 배관교체를 요구했지만, 3주가 지나도록 관리소장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김씨가 거주하는 세대 말고도 여러 세대에서 녹물이 나와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다른 가정에서는 지난해부터 나온 녹물이 올해 들어 더 심해져 수도꼭지 수압을 낮춰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매년 구간별로 낙후된 부분은 교체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전체 배관 교체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승강기와 CCTV, 주차 문제 등 아파트 내에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둘 건지는 입주자회의에서 논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씨의 집은 즉시 해당 층과 아래층 구간의 강관을 교체하고 위쪽에 공기층을 배출하는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에 집주인 임씨는 난감해 하고 있다. 지하부터 꼭대기인 15층까지 하나의 배관을 이용하는데 어느 한 구간만 교체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해서다.
집주인 임씨는 “사용 연한이 지나면 돈이 들더라도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이 물 때문에 피해를 본 다음에야 나설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세입자 김씨는 “아파트 한 라인 전체의 배관이 녹슬었는데 일부만 교체해 녹물이나 쇳가루가 안 나온다고 해도 수질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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