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
인간의 생각은 문화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중시하여 가족, 친구, 정, 체면 등과 같은 언어를 많이 사용하며, 서구인들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해 나, 책임, 행동 공정한 경쟁과 같은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름을 쓸 때에도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는 성이 먼저 나오고 우리나라 우리 가족 우리 학교와 같은 표현을 쓴다. 개인을 중시하는 서구인들은 이름을 먼저 쓰고 나의 나라, 나의 가족, 나의 학교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생각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위나라와 일전을 앞두고 촉의 군기가 부러지자 자신의 운명이 다 된 것으로 생각한 것이 자신도 죽고 촉나라가 망하는 결과가 되었다. 반면에 사마의는 제갈량의 화공을 받고 군대가 전멸할 위기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하늘이 자신을 돕는다고 생각했다. 사마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후에 사마의 후손이 삼국을 통일했다.
미래지향적인 생각이 기업의 성공은 물론 국가발전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봐 해 봤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고 정주영 현대회장이 입버릇처럼 던졌던 말이라고 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해법을 찾으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백사장에 조선업을 일구었고 오늘의 현대자동차가 있게 한 한국 경제성장의 원조가 되었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쓴 이건희 회장도 주위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반도체 사업에 투자해 오늘의 삼성을 일궜다.
생각의 차이는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집안에서 평생을 함께 산 아내와 남편도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직장에서도 상하 간 동료 간 많은 의견 대립이 있다. 한 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갈등이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국사 교과서, 노동개혁, 사회복지, 청년 일자리, 임금피크제 등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배가시킨다.
갈등을 잘 극복하면 발전할 수 있고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는 퇴보하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기저에 있는 생각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들이 존중되는 민주사회에서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는 박스적 사고를 한다면 민주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 다양한 생각들이 융합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야만 우리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세상에 원칙이 없는 사람이 없고 정당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원칙과 주장에는 생각이 들어 있고 생각이 다르다 보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도 인간의 행복추구라는 목적은 동일한 경우가 많으며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원칙과 주장뿐 만 아니라 모든 것은 변화한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여 나의 생각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다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포용해야 한다. 이것이 타협으로 나타나며 타협을 통해 새로운 혁신적인 생각도 만들어질 것이다. 논어에서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자 민주주의 원칙이기도 하다. 나아가서 타협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풍토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굽히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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