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대전지역 제2호 소극장인 드림아트홀 입구 전경. 무대 뒤편 천장에 거미줄이 처져있다. 무대 뒤쪽과 분장실을 잇는 통로에 설치된 전구가 절연테이프가 어지럽게 감겨있고, 종이컵과 페트병으로 덮여 있어 지역 소극장의 고단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
“이게 극장이에요?”
수도권에서 온 A극단 단원들이 탄식했다. 공연장소인 소극장 '드림아트홀'을 둘러보면서다. 이들은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스타극단으로,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에 초청돼 대전을 찾았다. 관객과의 만남에 들뜬 것도 잠시, 생각보다 열악한 무대에 걱정이 앞섰다. 조명은 흔들렸고, 음향은 매끄럽지 않았다. A극단은 급하게 빌린 장비들로 무대를 다시 세팅해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A극단의 사연을 취재기자에게 전하며, 지역극단의 한 단원은 “드림아트홀은 대전 연극인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인데 이런 말을 들으니 솔직히 낯이 뜨거웠다”고 고백했다.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소극장 드림아트홀. 대전 제2호 소극장으로, 지역 연극인들의 마음의 고향이자 대전 연극을 이끌어온 곳이다.
지역 연극계는 제1호 소극장인 '예사랑(1983년 개관)'이 1990년대 중반 문을 닫으며 침체기를 맞이했다. 이후 2007년 5월 개관공연과 함께 문을 연 드림아트홀은 지금까지 연극 부활의 꿈을 간직한 채 버텨왔다.
하지만 건물은 노후하고 조명과 음향 등 공연시설의 수명도 다해 소극장으로서의 기능에 힘이 부치고 있다.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의 다른 소극장도 낙후되기는 마찬가지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취재기자가 드림아트홀을 다시 찾았다. 입구엔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를 포함한 여러 연극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드림아트홀 무대와 객석이 눈에 들어왔다. 객석은 100석 규모였고, 무대는 영화관처럼 크진 않았지만 연극공연을 펼치기에 적당한 크기로 보였다.
건물 노후화 현상은 무대 뒤쪽과 양옆, 분장실 등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분장실 냉·난방기와 실외기를 연결하는 가스관이 설치된 위쪽 벽엔 물이 새는 흔적이 가득했다. 무대 옆쪽엔 구멍이 뚫리거나 균열이 생긴 곳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거미줄도 쳐져있었다. 무대 뒤쪽과 분장실을 잇는 통로를 밝혀줄 전구는 절연테이프로 어지럽게 감겨 매달려있었다.
이날 공연 준비를 위해 이곳을 찾은 B극단 조연출은 “비가 오는 날엔 공연장 무대 뒤쪽과 분장실에까지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지역 극단들은 노후화도 문제지만, 수명이 다해가는 조명과 음향시설도 문제로 꼽는다. 조명이 흔들리기도 하고, 전력이 부족해 깜빡거림은 물론 빛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향도 잡음이 섞여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강하고, '틱'하며 튀는 소리도 난다. 조명과 음향은 극적 분위기를 강조하고, 시각효과를 극대화하기에 현대연극에는 필수 요소다.
드림아트홀은 물론 다른 소극장들도 유지보수가 절실하지만, 투자할 여유가 없다. 최근 C 소극장은 다른 지역 극장이 폐관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물처리된 객석의자를 가져왔다. 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투자는 커녕 시설유지에도 벅찬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만 소극장 3곳이 문을 닫았다.
지역 문화계에선 시설 노후가 심한 곳을 대상으로 보수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 극단과 소극장은 자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 특성화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지역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소극장을 운영하는 극단의 재정 열악성과 프로그램 수급의 역량 부족, 건물과 공연시설의 노후화 등이 겹쳐 지역 소극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당장 유지보수가 필요한 곳에 지원 사업이 이뤄져야하고, 극단과 극장주는 적극적으로 자생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대전지역엔 16개의 극단이 활동하고 있으며, 16곳의 소극장이 있으나 올들어 그 중 3곳이 폐관했다. 지난해 창작공연 작품은 33편으로, 총 540일을 공연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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