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작 인사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몰려와 물어보는 말로 왁자지껄하다.
홍동중학교 2학년 교육과정 중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와 연계한 자연과 함께하는 생명·평화교육 ‘생태와 인간’ 수업은 이렇게 늘 시끌벅적하게 시작한다.
한 달에 두 번씩 교육 농장인 텃밭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지역의 주민 교사이기도 하고, 그 떠드는 아이 중 한 명의 엄마이기도 하다.
처음엔 호미질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텃밭에 오면 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몰라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서 있던 아이들이 차츰 흙을 만지고 조그만 씨앗 하나와 교감하더니 생태감수성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교실 안 수업과 달리 충분히 떠들면서도 가능한 텃밭에서는 묵혀둔 고민도 나오면서 마음이 정화되기도 했고, 공동 작업을 통해서 관계성이 발달한 아이들이 생겼다는 것도 텃밭 교육 성장에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참여하는 학교 담당 선생님의 역할도 중요했다. 예를 들어 미국자리공 열매로 물감 놀이를 할 때는 선생님 본인 얼굴을 스케치북으로 기꺼이 내어주신다. 또 요리 활동 후 음식을 서로 입에 넣어 주는 그 순간은 모두가 똑같은 친구가 되어 함께 웃기도 한다.
텃밭이 교실이 되는 이 시간, 작물을 직접 심고, 가꾸고, 거둔 작물로 요리까지 이어지는 활동을 통해 자기의 삶과 먹거리를 연결해주는 텃밭은, 기후 변화 시대에 가까운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일임을 알게 된다.
이런 텃밭 교육이 반짝하고 그치는 교육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고 지역사회와 꾸준한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데 고무적인 것은 기존의 체험 교육이 일회적이고 단기적이며 소비적인 패러다임에 있었다면 2000년 후반부터는 일상적이고 장기적이며 생산적이고 참여적인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상추와 배추를 솎아내어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 시끌벅적함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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