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야생에서 얻은 와일드 루왁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바리스타 P의 커피 이야기-(23)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아주 특별한 커피 중 하나인 코피 루왁(Kopi Luwak)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먹고 배설한 것을 모아 처리해서 먹는 특별한 커피입니다. 코피는 커피를 의미하고 루왁은 인도네시아의 섬 이름에서 유래된 동물 이름입니다. 자바 지역의 방언이고, 인도네시아 표준어로는 '무상'이라고 합니다. 영어식 표현은 시벳(Civet)입니다. 그래서 코피 루왁(Kopi Luwak)을 시벳 커피(Civet coffee)라고도 합니다.

루왁은 인간보다 1000배 정도의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커피를 골라 먹게 되고, 커피 열매가 루왁의 소화 기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외피와 과육이 제거(소화)되고 파치먼트 상태의 생두만 남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 속의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함으로써 커피의 독특한 향미를 더해준다고 합니다.

코피 루왁의 맛은 부드러운 신맛과 쓴맛, 다크초콜릿 향과 오일리시한 바디감 그리고 길고도 긴 여운, 잘 숙성된 와인처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버라이어티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참으로 독특한 커피입니다. 게다가 루왁이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도 코피 루왁의 희귀성에 한몫을 더하는 듯합니다. 언젠가는 사라져 맛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소성이 그 가치를 더 상승시킨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코피루왁의 가격은 5만~7만원 수준에 판매합니다. 코피루왁은 0.1%가 아닌 0.001%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루왁도 같은 루왁이 아닙니다.

루왁은 '와일드 루왁'과 '프로덕 루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와일드 루왁은 야생에서 얻은 루왁을 말합니다. 한곳에만 배설하는 루왁의 습성을 이용해서 수확하는 자연산 루왁입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루왁을 인위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프로덕 루왁입니다. 루왁를 잡아 가둬 놓고(루왁헌터) 커피만 먹여 루왁커피를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잡식성인 루왁이 커피만 먹다보니 질병에 취약하게 되어, 항생제 등 약을 먹여가면서 루왁커피를 생산하는 동물학대의 현장입니다.

1년에 500kg정도 밖에 생산이 되지 않는 코피 루왁, 커피와 루왁과의 절묘한 만남에서 나오는 진귀한 커피로 세계 최고가 커피 중 하나이지만 실제 인도네시아에서는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약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