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
그러나 추억과 향수가 묻어나는 대전역 가락국수가 탄생한 배경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1905년 잘 알려지지 않은 한밭 시골 마을에 경부선 대전역이 들어섰고, 1914년 이곳을 분기점으로 호남선이 개통됐다. 이때 일제는 호남지역의 곡물을 부산항으로 실어 나를 셈으로 호남선의 선로 방향을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목포~서울을 오가는 호남선 열차는 대전역에서 정차한 뒤 기관차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이 시간 동안 승객들이 승강장에서 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가락국수를 팔기 시작한 것이 '대전역 가락국수'의 유래다. 1970년대 선로가 개편돼 대전역에서 호남선 열차가 사라진 이후에도 줄곧 가락국수는 대전역의 상징으로 남아 있고, 1980년대 후반까지도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이었다. 올해가 벌써 대전역 가락국수가 생긴 지 101년째를 맞는 해다.
흔히 대전은 철도가 만든 도시라고 한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져 근대도시의 틀을 갖췄고, 1970년대에 들어선 대덕연구단지, 1993년 대전엑스포를 거쳐 오면서 세계적인 과학도시 위상을 갖고, 대한민국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하며 대도시로 성장했다.
대전과 함께 우리나라 4대역이 있는 서울, 대구, 부산이 지나쳐온 역사와 비교하면, 지금의 대전 모습은 정말 기적적이다. 100년 만에 이런 거대도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철도의 힘과 함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온 대전시민의 지혜가 모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대전의 미래를 위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기존 철도의 용량이 지금까지의 성장을 지원해 왔다면, 이제는 새로운 100년을 달릴 수 있도록 용량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첫 번째 일이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이다. 고속철도 시대에 접어들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기존 경부ㆍ호남선에 도시철도라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낙후된 철도 주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업으로, 예산절감의 모범사례로도 꼽힌다. 우리시는 1단계 구간인 계룡~신탄진(35.2㎞)에 대해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킨 후, 장기적으로 논산~대전~청주공항까지 확장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두 번째, 호남선 서대전~논산 직선화 사업이다. 선로 굴곡이 심한 구간을 고속화해 대전과 호남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우리시는 2014년부터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을 건의해 오고 있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돼 호남고속선과 연계된다면 광주까지는 현재 120분에서 60분대로, 목포까지는 현재 180분에서 90분대로 단축돼 대전과 호남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세 번째, 서대전역 KTX 증편과 호남권 연결이다. 서대전역이 호남고속철도 노선에서 배제돼 지난 4월 KTX 운행횟수가 대폭 감편됐고, 익산에서 단절되는 아쉬움을 겪었다. 그러나 충청ㆍ호남권 두 지역이 상생발전과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기존 계획이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공감하는 만큼 2016년 수서KTX 개통 시점에서 반드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이다. 트램은 교통약자의 이용이 편리하고 매연, 소음이 적어 도시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대전의 교통과 문화, 그리고 도시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녹색교통수단이다. 현재 추진하는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정부와 적극적인 협의를 거친다면 대중교통이 편리한 대전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지난 100년은 경부·호남선이 힘찬 기적소리를 내면서 대전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제는 속 시원하게 해결된 충청권 광역철도망, 호남선의 직선화, 서대전역의 부활, 그리고 트램 등이 앞으로의 대전 100년을 이끌어가는 힘찬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용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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