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대전예술의전당 오페라 '돈 조반니'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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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대전예술의전당 오페라 '돈 조반니'를 보고

현대적 해석 통한 고전오페라의 재탄생

  • 승인 2015-10-29 14:30
  • 신문게재 2015-10-30 11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 오지희 음악평론가
▲ 오지희 음악평론가
18세기 고전오페라를 현대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전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과감하게 과거의 오페라를 현대적 오락물로 만들었다. 대사를 한국어로 처리하고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로 불러 청중이 쉽게 이해할 있도록 시도했고, 세기말의 보스로 분한 돈 조반니는 항구를 배경으로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싼 퇴폐적인 분위기에서 세 여인들과 사랑과 갈등, 복수의 드라마를 끌고 갔다.

오페라 자체가 심각하면서도 코믹한 요소가 뒤섞여있지만, 돈 조반니는 기본적으로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고, 경쾌하면서도 경박하지 않다. 오페라는 본질적으로 음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음악이 탁월하면 작품의 가치는 빛난다. 주역 가수들의 열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돈 조반니의 길경호, 돈나 안나의 조정순, 돈나 엘비라의 이종은은 캐릭터의 철저한 해석으로 인상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주었다.

또 다른 핵심은 오케스트라 반주다. 돈 조반니 서곡은 첫 음형이 전율이 흐를 정도로 강렬하고 음악적 흐름은 기괴하면서도 유쾌하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서곡에서부터 강한 임팩트로 치고 나와야 되는데, 다소 밋밋한 반주로 모차르트 음악이 지닌 특유의 재치와 다채로움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다. 변화무쌍한 오페라 노래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진정 힘든 일이다. 그래도 지휘자 류명우는 과장되게 흐르는 오페라의 균형축을 음악으로 바로 세우는 데 적절한 역할을 잘 해냈다. 하지만 흥미 위주의 자막을 설정한 것은 당장 관객의 웃음과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모차르트 오페라가 지닌 미적 본질에 다가가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됐다.

과잉의 미학이 지배했던 장면들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배경은 지나치게 어둡고 거대했으며 주인공들의 심리를 묘사한 무용은 적절치 않은 빈번한 등장으로 음악의 몰입을 방해했다. 돈 조반니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죽은 기사장, 코멘다토레의 등장이다. 극적인 이 장면에 무용수와 좀비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은 희화화된 과잉의 하이라이트다.

탁월한 예술작품은 각 구성요소가 어느 하나도 필요치 않은 부분이 없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관객들을 오페라에 다가가게 하려는 대전예당의 노력은 고전오페라를 볼거리가 풍부한 오페라로 재탄생시켰고 관객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런 오페라가 주는 장점과 가치는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놓친 부분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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