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유성구 세동 도로사용 놓고 주민 갈등, 왜?

최근 땅 매입한 토지주 말뚝 박아 소유권 주장 차량 진입은 모두 막혀 주민 주택시공 '올스톱'

▲대전 유성구 세동에서 새로운 토지주가 관습적으로 사용하던 도로에 말뚝을 박아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한 주민은 주택공사가 중단돼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대전의 한 농촌형 마을에서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한 도로를 토지주가 말뚝을 박고 사용을 막아 갈등이 촉발했다.

새로운 토지주는 주민들이 그간 이용하던 도로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통행을 막고 있으며, 길에 의존해 생활하던 주민의 주택 개조공사는 중단됐다.

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세동의 김모(64)씨 부부 집은 콘크리트 기초 단계에서 멈춘 상태였다. 조립식주택을 짓기 위해 공사를 의뢰받은 시공업자도 차량의 도로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손을 놓고 있었다.

김씨 주택에 가는 유일한 포장도로 위에는 두 개의 말뚝이 박혀 차량통행이 불가능했고 도로를 피해 밭으로 가다가는 트럭이 빠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씨 집 앞에도 또다른 쇠파이프가 박혀 있어 차량이 대문 밖을 나설 수 없고, 도로에서 주택을 향해서도 진입할 수 없었다. 한적한 전원생활을 기대하고 퇴직 후 세동에 정착한 지 11년째인 김씨 부부는 난감하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사 오기 전부터 마을 어른들이 자유롭게 사용했던 도로이고, 집에 가는 유일한 길을 갑자기 막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주택 공사가 중간에 중단되면서 거주할 곳이 없이 임시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다.

말뚝과 파이프의 주인은 바로 옆 집과 땅을 새롭게 매입해 이주한 이웃이다. 이웃 최모씨는 최근 문제의 토지를 매입했고, 해당 토지에는 주민 간 합의해 사용하던 도로가 포함돼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도로는 마을에서 관습적으로 공공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곳이다. 90년대에 주민들이 합의 끝에 구청에 시멘트 포장을 건의한 후 현재까지 사용했다. 김씨가 처음 마을에 왔을 때부터 있었고 최씨가 이곳을 매입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사유지를 허락도 없이 사용하고 있다”며 “내가 내 땅에 말뚝을 박는 게 잘못이냐”고 되물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도로와 대지가 접해 있어야 하는데 구청으로부터 창고와 주택 허가를 받을 때도 결격 사유가 없었다.

유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개인 간의 문제라 구에서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건축 허가 단계에서 도로로 인정된 부분이 있는데 지난 판례를 토대로 갈등해결에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