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대적으로 규모를 확대한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과 사상 최초로 프랑스가 아닌 대전에서 열린 세계과학정상회의 동시 개최는 '과학도시로서의 대전'의 위상을 재확인한 역사적인 기록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모두 17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과학을 토론하고 미래를 논의하며 즐긴' 이번 행사는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이에 본보는 사이언스페스티벌과 세계과학정상회의를 되돌아보며 역사적인 동시 개최 의미와 성과 등을 통해 대전의 잠재력과 향후 계승발전을 위한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2015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벌=올해 페스티벌에는 모두 16만7000여명(대전시 집계)이 참가했다. 지난해(5만여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축제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한 덕분이다.
지난 17일부터 5일간 열린 페스티벌에는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 21곳을 비롯해 모두 90개에 달하는 기관과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이 선보인 프로그램만 130개가 넘는다. 지난해에는 출연연 10곳 등 40여개가 참여해 50여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축제 장소도 원도심 일대까지 확대하며 다양화했다.
대전무역전시관 일대에서만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엑스포시민광장과 엑스포다리, 한빛탑 광장, 원도심(중앙로) 등에서도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최신의 과학기술을 시연·체험할 수 있도록 한 주제전시관에서부터 차 없는 거리 행사가 펼쳐진 중앙로와 우리들 공원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문화의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다.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엑스포시민광장에서는 주제전시관과 야외체험장으로 나눠 진행했다.
주제전시관에서는 ICT체험존과 로봇&드론존, 대덕특구 연구기관 체험존, 키네틱아트존,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존 등 39개 부스가 시민을 맞이했고, 야외체험장에선 대전영재페스티벌과 스포츠과학놀이터, WISET과학놀이터 등 40개 부스에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빛탑 광장은 과학동호회체험교실과 생활과학교실, 전국교육자료전 등 15개 부스가 관람객을 기다렸고, 중앙로는 대전국제아트프리마켓, 3D프린터 체험, 드론전시체험, 녹색에너지 이동체험, 스포츠과학체험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 과학 석학 초청강연, 과학자 토크박스를 비롯해 대덕특구 탐방 투어 프로그램과 올해 첫선을 보인 사이언스 자동차투어 등도 호응을 얻으며 전국 명품 축제 반열에 오를 채비를 갖췄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세계과학정상회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장관회의로, 1963년부터 2004년까지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만 열렸다.
이후 세계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11년간 열리지 않다가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사상 최초로 파리 외 지역인 대전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세계 과학기술발전사에서 '과학도시 대전'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지난 19일부터 5일간 열린 정상회의에는 OECD 사무총장과 장·차관 60여명, 노벨상 수상자와 글로벌 CEO 등 380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네 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각국 과학기술부 장관과 세계 석학, 글로벌 CEO 등이 참석하는 포럼과 각국 장·차관 60여명이 향후 10년간 국제과학기술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장관 회의가 있었다.
또 포럼과 장관 회의에서 논의된 주제에 대해 국내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과학발전 토론회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 등으로 나눠 열렸다.
가장 주목할만한 건 '대전선언문' 채택이다.
장관 회의를 거쳐 나온 대전선언문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과학기술혁신 정책의 방향이 담긴 세계 과학의 이정표다.
선언문에는 차세대 생산혁명, 고령화, 전염병 등 새로운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로벌 과학협력의 당위성을 담겼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과학기술의 역량과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고, 특히 대전은 혁신의 중심 도시”라고 평가했고, 앤드류 OECD 와이코프 과학기술국장은 “대도시이면서도 연구단지가 계획적으로 조성된 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데, 대전은 특이하고 훌륭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11년만에 열린 과학정상회의임에도, 외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측이 국가혁신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했지만, 대전선언문에 직접 인용되지 못한 점과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라는 원론적인 선언을 반복하는데 그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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