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희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대덕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는 50명 이상에게 급식하는 모든 집단급식소에는 '영양사'를 배치해 급식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 및 유아교육법에서는 집단급식소 중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예외적으로 100명 이상 급식소에만 영양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에 따르면 100명 미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영양사 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말은 100명 미만 어린이급식소에서는 영양사 없이, 즉 어린이 급식이 전문가의 관리 없이 비전문가에 의해 수행되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연 아무 문제가 없을까? 그 동안 영양사의 전문 관리를 받지 않는 어린이 급식소에서 비위생적인 급식으로 인해 끊임없이 식중독 사고가 나고,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바른 식습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린이의 편식 습관이 고착화 되는 등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어왔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몇 년 전부터 각 지자체로 하여금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를 설립하여 영양사가 없는 관내 100명 미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도 전문 영양사에 의한 영양 및 위생관리가 이루어지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2011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하남시를 비롯한 전국 11곳에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설립됐다. 그 이후로 매년 각 지자체에 설립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지자체별로 설립된 각 센터에는 지자체 규모에 따라 2~14명의 영양사가 상주해 있으면서 어린이집의 식단 작성, 편식 예방 교육 뿐 아니라 급식소 위생관리와 안전관리, 각 어린이집을 순회하면서 조리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리 지도, 원장 대상의 영양교육, 학부모 대상의 영양교육 등도 실시하고 있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센터가 생기면서 관내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개선되었거나 식중독 사건이 줄어들었거나 학부모 및 어린이집 원장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증가되었다고 한다. 이런 결과들만 보아도 이 사업이 어린이 급식의 영양과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사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이 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몰라서 여러 가지 오해도 많았다. 각 어린이집에서는 혹시 위생 점검을 하러 나오는 기관이 하나 더 생겼나 하는 오해와 함께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센터를 무슨 '시어머니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 쯤으로 인식해 어린이 급식소의 주방을 공개하기를 꺼렸을 뿐만 아니라 등록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함에 따라 어린이집 급식의 영양과 위생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것이 인식되면서 어린이집 원장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요즈음엔 센터의 영양사들이 어린이집을 방문할 때 원장을 만나면 그 동안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센터를 보는 호의적인 시각으로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자체 228곳 중 2015년 10월 현재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생긴 곳은 165곳으로 설치율이 7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센터의 설치, 운영은 식약처에서 지원하는 국가 예산과 함께 지자체 예산이 함께 투입돼야 하는 사업이다. 지자체에서는 이 사업을 시급하게 유치하고 시행함으로써 소속 어린이의 영양과 안전을 도모해 건강한 어린이로 키울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알려고도 하지 않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에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가 설치돼 모든 어린이집이 영양사의 관리 하에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급식을 진행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희망해 본다.
강명희 한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대덕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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