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센터연구소장 |
부부 갈등이 미해결된 상태로 남게 되면, 당사자들이 불행해질 뿐 아니라 그 여파는 가족전체, 자녀의 성격형성과 비행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부부간의 만족스러운 관계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부문제가 위기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예방하고 발달적 차원에서 이들을 돕는 것은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가족을 연구하는 다양한 시각 가운데 발달론적 관점에서는 결혼을 성인기 이후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하나의 발달상의 사건으로 간주하고 성공적인 배우자 선택과 결혼이 중요한 발달과업이라고 생각한다. 발달과업이란 인간이 성장하면서 발달해 나가는 각 단계에서 획득해야 할 행동형태로, 이를 획득하면 그 시기에 잘 적응할 수 있고 획득하지 못하면 적응이 잘 안되며 다음 시기의 행동발달에까지도 지장을 가져오게 되는 중요한 행동형태를 의미한다. 특히 결혼초기의 부부들은 갈등과 해체를 경험할 수 있는 취약집단으로서, 결혼 생활적응을 위한 지침이나 안내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2014년 이혼사건을 동거기간별로 비교했을 때 결혼 후 4년 사이가 2만7162건 22.5%로 두 번째로 높게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사유의 45%가 성격차이라는 현실과 특히 결혼한 첫 1년 동안의 관계 유형이 결혼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연구결과는 결혼초기 부부들에 대한 예방적 교육 또는 예방적 상담이 매우 중요함을 반증하고 있다. 가족생활주기와 관련해 결혼초기를 규정하는 것은 연구자마다 달리 나타나고 있다. 결혼초기를 '첫 자녀가 미취학 단계에 있는 시기, 즉 학령전기 가족으로 결혼기간 만 1년 이상~만 6년 이내의 부부' 로 정의하기도 하고, 결혼 5년 미만의 시기로 규정하기도 하며, 결혼 후 1년까지 또는 3년까지를 결혼초기로 규정하기도 한다. 부부들은 대개 결혼 2년 이내에 첫 자녀를 출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참고로 하고 부부체계가 성립되는 기간을 고려해 필자는 신혼기를 포함해 대다수의 기혼자들이 첫 자녀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결혼 후 3년까지를 결혼 초기로 정의한다.
결혼초기의 부부는 그들의 원 가족으로부터 정서적, 경제적 독립이 요구된다. 최외선은 “자신과 배우자가 형성하는 새로운 가족의 경계를 구축해야 하며 양가 역시 두 사람의 독립을 수용하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했으며 박영태는 “각각의 배우자 가족으로부터 분화하고 새로운 결집력 있는 부부 단위로 전환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협력이다”라고 결혼에 대해서 말한다.
이렇듯 결혼초기는 신혼기를 지나 결혼생활의 실제를 지각하는 시기인 동시에 부모기로 전이되는 시기다. 부모기로의 전이는 가족 구성원의 변화, 연령 구성의 변화, 그리고 주요 지위에서의 변화라는 3가지 측면에서의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므로 새로운 결혼적응을 필요로 하게 된다. 자녀의 출산 및 양육과 관련된 갈등과 스트레스는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 시기의 높은 양육 스트레스는 부부간 친밀감 약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결혼초기의 부부는 자녀의 출산과 관련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외에도 안정된 거주지 확보 및 소득과 지출의 만족스러운 체계 수립, 역할과 책임관계의 기준 수립, 상호 만족스러운 성관계 형성, 좋은 의사소통과 공정한 갈등해결방식 수립, 친척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이 결혼 초기 부부의 발달과업이다. 결혼초기를 잘 지낼 수 있으면 결혼전체를 잘 지낼 수 있고, 부부관계가 건전하게 유지되면 부모자녀관계도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가족 생활주기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를 갖는 결혼초기 부부에게 가족생활 주기상의 발달과제와 부부간의 차이를 이해시키고 건설적인 갈등대처방식을 습득 하게하는 교육 및 예방적상담은 그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거듭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센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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