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나는 작은 학교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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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나는 작은 학교가 좋더라

박정민 서천 마산초 교사

  • 승인 2015-10-27 14:08
  • 신문게재 2015-10-28 22면
  • 박정민 서천 마산초 교사박정민 서천 마산초 교사
▲ 박정민 서천 마산초 교사
▲ 박정민 서천 마산초 교사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동안 6개월 정도 기간제로 근무 했던 곳은 수도권에 위치한 30학급 이상의 큰 학교였다. 작은 교실에 30여명의 학생들이 서로 투닥이며 한시도 조용한 날 없이 북적였다. 덩치가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나를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라 처음 아이들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길고 긴 노력 끝에 정식 교사가 된 나는 한 시골마을의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학교를 방문했던 날, 드르륵 교실 문을 여니 책걸상이 7개 놓여 있었다. '아 여기는 안 쓰는 교실이거나 창고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놀랍게도 한 반의 전체 인원이 7명 뿐이었다.

'30명의 아이들도 수월하게 지도했는데 7명쯤이야'라고 다소 건방진(?)생각을 했던 그 당시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음을 급히 고쳐먹게 됐다. 많은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유리했던 나의 겉모습이 작은 학급에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다가왔다. 적은 수의 아이들에 맞춰 우렁찬 목소리를 억눌러 조용히 수업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게 졸린 목소리가 되어 학생들에게는 자장가처럼 울려퍼졌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수업 외의 업무에 집중하느라 표정이 굳어지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화가 난 줄 알고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기 십상이었다. 특히나 처음 담임을 맡았던 게 6학년의 사춘기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먼저 친밀감 형성을 위해 다가가도 생각만큼 쉽게 따라와 주지 않아 고민했던 시간도 많았다.

그렇게 진땀을 흘려가며 1년을 보내자 전교생이 34명뿐인 이 학교의 아이들과 모두 친해지게 되었고, 올해의 6학년 여학생들과는 자연스레 유대가 생겨 억지로 친밀감을 형성하려 노력했던 작년의 아이들보다 서로 더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대충 보이게 되니 학교의 업무 또한 오히려 더 즐겁고 쉽게 해 나아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큰 학급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도 우리 학교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시골마을은 자녀가 보통 3~4명인 가정이 대부분이라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서로 형제자매이다 보니 고학년들이 저학년들을 괴롭히기보다는 서로 놀아주느라 바쁘다. 학교폭력, 성폭력, 자살예방, 약물 오남용 등의 안전 교육을 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 학생들이 모르고 있는 안 좋은 것들을 알려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로 아이들은 순수하고 착하기 그지없다.

작은 학교의 장점은 이 것 뿐만이 아니다. 큰 학교에서는 교무회의 때나 뵐 수 있을까? 하루에 한 번 대화하는 것도 어려웠던 교장, 교감선생님이었지만 우리 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은 나 같은 신규교사에게는 버겁거나 혹은 잘 모르는 업무가 생기면 도움을 요청 드리기 전에 먼저 다가와 주시고 친절히 가르쳐주시는 교직 인생의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들이시다.

내 집같이 포근하고 아담한 교실, 나를 잘 따르는 순수한 아이들, 부모님같이 보살펴 주시는 교장, 교감 선생님…. 마치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듯 정다운 우리 학교. 학생 수 적정화, 교사, 학부모, 학생 교육공동체, 인성교육, 창의교육 등 교육계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목표들을 실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학교는 작은 학교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학교가 작은 학교여서 참 좋더라.

박정민 서천 마산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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