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을의 다른 얼굴 '갈대와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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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의 다른 얼굴 '갈대와 억새'

  • 승인 2015-10-25 13:14
  • 신문게재 2015-10-26 22면
  • 김천환 (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김천환 (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 김천환 (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 김천환 (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설악산 단풍소식에 성급한 도로변의 은행나무 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란색으로 바뀌어가며 가을이 깊어간다. 푸른 산에 빨간색과 노란색이 경쟁이라도 하듯 울긋불긋 물들여놓은 가을산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시원한 산바람에 출렁이는 광활한 억새밭이나 끝없는 평원의 갈대밭에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가을의 색깔은 다양하고 풍요롭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갯벌이 많고, 국토면적의 3분의 2정도가 높고 낮은 산으로 되어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갈대와 억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정선의 민둥산 포천의 명성산 제주도 산굼부리 분화구 등은 억새의 명승지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지역은 큰 강이나 호수가 많고 바다와 연결돼 있어 갈대밭이 많다. 전남 순천에 순천만, 금강하구의 서천 신성리, 안산 시화호 등은 갈대밭으로 유명하다. 넓은 들판이나 물가에는 갈대밭이 많지만 그곳에도 억새가 있고 높고 낮은 산에는 억새밭이 많지만 산에도 갈대가 있어서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억새와 갈대는 같은 벼과이고 마디가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억새는 잎 가운데 세로방향으로 하얀색의 줄(맥)이 있지만 갈대 잎에는 하얀 줄이 없다. 이삭의 색깔이나 모양도 다르다. 억새이삭은 하얀 은백색이지만 갈대이삭은 비둘기 깃털처럼 엷은 회갈색이다. 또 억새는 줄기의 끝부분에 기다란 이삭가지가 여러 개 매달리고 그 이삭가지마다 많은 씨앗이 빨래 줄에 빨래처럼 한 줄로 매달리지만 갈대는 이삭줄기 하나에서 여러 개의 이삭가지가 나오고 이삭가지에서 잔가지가 갈라지고 또 갈라진다. 그 잔 이삭가지마다 씨앗이 몇 개씩 매달리는 것도 서로 다르다.

갈대이삭은 수수이삭과 모양이 비슷하고 쓰임새도 비슷하다. 수수이삭을 빗자루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처럼 갈대이삭으로 빗자루를 만들어 실내 청소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갈대줄기는 김 건조할 때 쓰는 김발, 햇빛을 가리는 가리개 발, 깔개로 쓰는 갈대자리, 초가집 지붕을 덮는 재료 등 옛날에는 씀씀이가 많았었다.

흔하디흔한 소나무나 참나무 한그루 없는 산등성이의 넓고 넓은 억새밭은 시원하고 상쾌하다. 높고 파란 가을하늘과 맞닿은 억새밭에 산바람이라도 불면 하얀 억새꽃 물결은 하늘까지 굽이쳐 올라간다. 형형색색 구경꾼들의 옷 색깔과 어우러지는 넓고 시원스런 억새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찌들고 쌓였던 스트레스가 가을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산바람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억새꽃 물결은 수많은 군중들의 움직임에서 분출되는 무리들의 함성과 역동성을 느끼기도 한다.

갈대는 뿌리와 줄기의 일부가 물속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이다. 물을 깨끗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 호수나 바다에 흘러들어오는 오염된 하천수의 수질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마디가 있는 줄기뿌리는 땅속 깊이 뻗어 들어가고 마디마다 잔뿌리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흙속의 염분을 땅속깊이 내려가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소금기가 많은 갯벌을 농지로 만드는데 갈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야생동물들이나 들새들의 생활터전이 되기도 해 친환경적이고 자연보호의 역할이 많은 식물이기도 하다.

가을바람에 갈대꽃이 출렁이는 넓고 넓은 갈대밭 끝은 바다나 호수의 수평선과 이어지고 하늘과 맞닿는다. 온통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하늘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구름처럼 떼를 지어 춤을 추고 노래하며 아름다운 가을을 연출한다. 오색단풍이 물든 가을 산에서는 화려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지만 담갈색의 억새밭이나 갈대밭에서 느끼는 은은한 색감(色感)이나 끝없이 광활하고 잔잔한 분위기는 도시공해와 번뇌에서 벗어나 차분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또 다른 가을의 얼굴이기도 하다.

김천환 (재)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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