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묵 신성대 총장 |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임을 밝히지 않는 역사교과서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라면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역사교과서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검정교과서가 이념적으로 좌편향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 실상을 더 파헤쳐 보자.
두산동아출판사가 발간한 고교검정교과서 현대사 부문을 펼치면 '북한, 정부를 수립하다'라는 소제목 아래 북한이 1948년 8월 25일 남북인구 비례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를 실시했다. 북한과 남한에서 선거로 뽑힌 대의원들은… (중략) …김일성을 수상으로 선출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마치 남북한 전체 주민의 투표에 의해 수립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더구나 본문 옆의 주석은 “남한에서는 공개적으로 선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밀리에 실시되었다”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남한에서 북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비밀투표가 실시되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유엔총회는 대한민국 정부를 선거가 가능했던 38도선 이남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고 기술했다. 즉 1948년 12월 유엔총회가 대한민국 정부를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 범위가 한반도가 아닌 남한이라는 것이다.
또 이 교과서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4회 등장한다. 민주화운동, 베트남 방문, 남북정상회담 등 대체로 긍정적인 내용이다. 반면 박정희 전대통령은 5·16 군사정변 당시의 군복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진 '한 장' 뿐이다. 쿠데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사진 한 장뿐인데 비해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3회 등장한다.
미래엔 교과서는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대기업과 기업가들이 맡았던 역할에 대해 “대표적인 기업인들은 각종 혜택을 악용하여 횡령과 비자금 조성을 일삼고 세금을 포탈하거나 수출대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며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세계 유례가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발자취를 젊은 세대에게 자긍심을 갖도록 가르쳐야 하는 역사교과서가 이렇게 편향되게 비쳐져서야 되겠는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교육 현장의 왜곡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언급한 데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2017년 3월 신학기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11월 말부터 국정교과서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며 내년 10~11월 역사교과서 심의본이 완성되면 전체를 전자문서 형태로 온라인에 공개해 교과서의 오류와 편향 서술에 대해 의견 수렴 및 수정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모든 국민에게 교과서 집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국정교과서라면 받아들여야 하고 그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집필진을 비롯해 검토를 맡을 편찬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에 집필진의 공모와 초빙의 방법을 결합하되 실적과 업적을 겸비한 역사학계 원로·역사연구기관장·교사· 헌법학자· 정치학자·경제학자·학부모까지 참여시켜 공평성과 균형 잡힌 올바른 국정교과서가 발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만드는 새 교과서는 국민을 통합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역사교육의 토대가 돼야 한다.
김병묵 신성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