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
이에 누구든 대전 고유의 예술·문화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대전다움'을 염두에 두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대전의 여러 이미지와 정체성 중에서도 시대적인 요구와 의의, 이미 갖춰져 있는 물적 토대, 예술·문화 콘텐츠와의 결합 필요성 따위를 두루 고려할 때 과학의 이미지와 이에 뿌리를 둔 정체성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 또한 당연지사다. 이에 대전의 세계적인 '과학·기술' 인프라와, 현대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예술·문화'의 융·복합 전략은 매우 상식적이다.
대전문화재단의 '아티언스(Artience) 대전'은 예술(Art)과 과학(Science)과 관객(Audience)의 만남 프로젝트이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이를 관객들이 즐기는 잔치인 것이다. 올 2015년 '아티언스 대전'의 키워드는 탄소(Carbon)와 창의성(Creativity)의 영문 앞 글자를 딴 'C'. 원자의 결합방식에 따라 다이아몬드도 되고 석탄도 되는 탄소처럼 예술가와 과학자는 동일한 재료로써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다. 한 해 프로젝트의 대단원인 아티언스 오픈랩이 지난 9월 옛 충남도청사에 이어 지금 10월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예술가와 과학·기술 인력은 창조계급(creative class)을 대표한다. 그 한 축인 과학·기술 인력이 거대한 단지를 이루고 있는 도시가 대전이다. 그럼에도 그 상당수는 '대덕'으로 통칭되는 일종의 '섬'에 갇혀 문화 창조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이 냉정한 현실. 이에 창조도시든 문화도시든 대전시가 아무리 장밋빛 비전을 밝힌다 한들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과학·기술 인력과 그 인프라의 활용이 대전이라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개발 전략이 되어야 함은 불문가지다. 다섯 해째인 '아티언스 대전'은 아쉬운 점도 많다. 먼저 지역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더 많은 연구기관 및 예술기관과 농밀하게 결합해야 하며, '아티언스'라는 대전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시 차원의 중장기계획도 필요하다. 그 중심 전략으로 예술과 과학의 상시적 협업 공간인 '대전(한국) 아티언스 센터'와 같은 컨트롤 타워를 세움은 어떠한가. 그것이 옛 충남도청사라면 이보다 훌륭한 정책대안이 있을까 싶다.
'아티언스'는 대전만의 아이콘이자 브랜드로서 대전 내·외부로 발신되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 '아티언스 대전'은 대전의 통합슬로건이나 공동브랜드로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대전은 'It's Daejeon'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으나 대전의 이미지와 정체성 그리고 미래상이나 발전 전략을 딱히 담고 있지 못한 단순한 레토릭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티언스 대전'을 통합슬로건화하고 나아가 공동브랜드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관련 정책의 개발과 지원, 인프라와 제도의 구축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심리학의 일관성오류와 인지구두쇠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한번 판단을 내리면 상황이 달라져도 그 판단을 지속하려 하고, 또 이미지 형성 판단을 위한 노력은 덜 들이면서 결론에 이르려 한다. 어떤 물건에 대한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지역 이미지 또한 그 충성도가 대단히 높다.
70년대부터 형성된 대전의 '과학·기술' 이미지와 이에 뿌리를 둔 정체성은 대전의 도시 발전 전략의 으뜸 바탕이다. 여기에 '예술·문화'가 결합된 '아티언스 대전'이야말로 대전의 고유한 문화콘텐츠가 아니겠는가.
박상언 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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