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핵심역량의 시대] 고마나루 인문학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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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핵심역량의 시대] 고마나루 인문학 아카데미

공주지역 교사 8명 모여 만든 지원단…학생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 마련 그림·음악으로 표현하고 책 만들며 사유할 줄 아는 존재로 한뼘 더 자라

  • 승인 2015-10-14 14:08
  • 신문게재 2015-10-15 11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인문학은 뭘까?’

천고마비, 드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내용이다.

나를 돌이켜보며 스스로 질문하고, 깊이 생각해 나를 찾는 인문학 아카데미가 단순히 1개 학교만의 커리큘럼을 넘어 지역단위로 범위를 넓히면서 색다르게 다가선다.

꿈과 끼를 나누며 사유의 힘을 길러주는 인문학 아카데미는 단순히 인문가치를 탐색하는 교육의 장을 뛰어넘어 청소년기 자아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일까. 공주지역 고등학교(공주고, 공주여고, 공주사대부고, 한일고, 영명고) 교사 8명은 인문학 지원단을 꾸렸다.

고마나루 인문학 지원단(단장: 공주고 김미정ㆍ이하 지원단)이라 불리는 인문학 아카데미에는 공주지역 고등학생 100여명이 함께한다.

‘나’를 찾아 ‘너’와 함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만드는 지원단은 지난 5월 강좌를 시작해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총 8회에 걸쳐 진행하는 강좌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가장 큰 개념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인문 주제에 대해 학생 스스로 활동하고, 인문학 명사를 초청해 생각을 확대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원단은 청소년들이 자아와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삶의 지혜를 함양할 수 있는 직접적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구안에 많이 고민했다.

또 듣는 인문학 강의에서 벗어나 인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먼저 생각하고 고민을 질의ㆍ응답하는 명사 초청 강의, 학생들의 능동적인 독서활동과 토론능력을 향상시켜 소통과 배려의 학교문화 조성에도 고민의 흔적을 담았다.

이후 100여명의 학생들은 첫 모임(5월16일)에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 동영상 자료를 통해 이해하고, 자신을 사물로 표현해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인문학’이란 ‘나’를 비롯한 ‘인간’의 삶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고 질문하는 학문임을 깨우쳤다.

다음은 인문학 아카데미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정리한다.

공주여고 1학년 김도현 학생은 자신을 나비로 표현했다.

“나는 나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나비는 ‘자유’인 것이다. <국부론>을 저술한 애덤 스미스는 자유주의는 ‘freedom’이 아니라 ‘liberty’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이다. ‘freedom’과 ‘liberty’의 차이는 ‘freedom’은 막연한 자유를 뜻하지만, ‘liberty’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나의 자유를 추구하고, 그와 동시에 남의 자유까지도 함께 신장시킬 수 있는 ‘진정한 자유’다. 나비는 날개짓으로 그의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나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고, 오히려 내게 자유를 일깨워준다. 난 이것이 ‘진정한 자유’, 즉 ‘liberty’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나비처럼 남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서 나는 나비이다.”

또 공주여고 2학년 유미금 학생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백지”라면서 자신을 찾는 시간을 만들었다.

유미금 학생은 “백지는 그림을 그리면 한 폭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고, 시를 쓰면 문학 작품도 될 수 있다. 이렇듯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백지처럼 여러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를 백지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7월4일 두 번째 모임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음악, 그림 등의 매체로 표현하는 내용을 정리했다.

아울러 인문학 명사 ‘김경집 교수’의 도서를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 7월11일에는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듣고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4회차 모임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공주지역 백제문화 유산이 등재된 사실과 연계해 옛날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공주 지역 문화 해설서와 자신만의 책으로 내용을 꾸미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5일 열린 5회 모임에서는 ‘쏭내관’이라 자처하며 도전과 열정적인 삶을 산 송용진 작가와 함께 삶의 지혜를 나눴다.

학생들은 이날 모임에서 ▲작은 관심을 소중히 하라 ▲쪽팔림, 나 혼자만 기억한다 ▲노력, 신이 준 최고의 선물 ▲지금 행복하자 ▲1000원의 힘, 세상을 놀라게 하다 등 살아가면서 이 다섯 가지에 대한 뜻깊은 이해의 시간을 보냈다.

고마나루 인문학 아카데미에 참가중인 공주지역 100여명의 학생들은 10월에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오는 17일 6회째 모임에서 ‘나’를 찾는 세계여행의 주제를 정한다.

이날 여행 코스를 선정하는 활동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인재로서 미래를 설계하고, 다음달 14일 참여학생 개인별 모둠별로 자신의 활동결과를 정리할 계획이다.

고마나루 인문학 지원단은 오는 12월12일 마지막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날 지원단과 참여학생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엮어서 ‘인문학 콘서트’를 열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들어주는 신명나는 한마당으로 장식할 계획이다.

공주지역 인문학 지원단을 이끄는 공주고 김미정 교사는 “인문학은 자신이 자신 스스로 사유하고 존재하도록 하는 기본이다. 학생들은 인문학 아카데미를 통해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며 인문학에 대해 자세히 알고, 무엇보다 이를 또래와 같이 생각과 활동을 공유할 수 있어서 한 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행복한 기회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존재하는 힘, 실존하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면서 “2015 고마나루 인문학 아카데미는 아이들의 작은 자유를 만들어 함께 생각하고, 탐색하고 꿈과 끼를 나누는 작은 기회가 됐다. 부디 지역사회와 연계해 이 작은 몸짓이 지속하기를 기대한다”며 인문학 아카데미가 계속 이어져 가길 희망했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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