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24일 상봉 “그리운 가족, 이제 만나러 갑니다”

  • 사회/교육
  • 국방/안보

이산가족 24일 상봉 “그리운 가족, 이제 만나러 갑니다”

논산 최호정·천안 김병국씨 등 대전·충남북 15명… 3일간 금강산에서

  • 승인 2015-10-12 17:43
  • 신문게재 2015-10-13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오는 24일 북한 금강산에서 65년 만에 여동생(73)을 만나게 될 최호정(80·논산 강경)씨는 1950년 12월 한겨울의 피란이 어젯일처럼 생생하다.

북한 개성시 만월대 인근의 집에서 15살에 한국전쟁을 맞이한 최씨는 그해 겨울 전쟁을 피해 서울 외삼촌 집으로 걸어서 피란을 떠났다.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며 서울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1·4후퇴를 맞아 다시 피란 짐을 싸야 했고, 곧 중공군에 포위돼 더는 남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방향을 돌려 이틀 밤낮을 걸어 집이 있던 개성까지 도착했으나 도시는 폭격에 폐허로 변했고 최씨의 집도 대문이 걸어 잠긴 채 가족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최씨는 아무도 없는 집 마당에 앉아 엉엉 울고 있을 때 방공호에 피신했던 어머니와 감격스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전쟁 와중에 아들과 어머니의 재회는 최씨가 전쟁을 피해 다시 경기 강화도로 피란을 떠나면서 기약없는 이별을 했다.

7남매 중 6형제는 전쟁을 피하거나 일자리를 찾고자 또는 방위병에 차출돼 남한에 정착하게 됐고, 이북에는 막내 여동생과 부모만 남게 됐다. 최씨는 전쟁이 끝나면 부모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남북 분단은 이들 가족에게 생이별이 됐다. 논산시 강경읍에 정착한 6형제 중 지금은 최씨 혼자 생존했고, 북한에 부모까지 돌아가신 상태서 헤어질 때 8살이던 여동생과 조카(47)를 만나게 된다.

최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집 주소를 묻는 의사 질문에 무의식중에도 개성집 주소를 댔다”며 “북에 여동생이 살아 있어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가족들 보는 앞에서 엉엉 울음을 터트렸고 부모님 기일이나 장지 등 물어볼 것을 그때그때 노트에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에서 또다른 이산가족 상봉자로 선정된 김병국(78·천안) 목사는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대상자 선정 소식을 접했다.

북한의 회신에 따르면 형님 세 명(김동찬·병렬·병욱)은 모두 돌아가셨고, 조카 김효은과 김진환을 만나게 된다.

1989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고 그동안 공식적으로 세 차례 북한에 다녀오면서 한국전쟁 때 헤어진 형제 소식을 수소문했을 정도로 헤어진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김 목사의 아버지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항일독립투사 월강(月岡) 김관제 선생이고, 한국전쟁 직후 김씨의 형 세 명은 북한군에 입대했다.

김 목사는 “조카를 만나 형제들이 북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돌아가셨다면 묘지는 어디인지 가보고 싶다”며 “멀리 아프리카에 살아도 서로 연락하며 지내는 시대에 혈육을 이렇게 분단시키고 연락도 못 하게 하는 시대가 정말 야속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우리측 방북단 90명(대전 2명, 충남 6명, 충북 7명)이 북측에서 생존 확인된 재북가족을 만난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4.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1.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5.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