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의 비양심적인 행위들은 다양하다. 백태클, 침대축구, 헤딩하는 척하며 손으로 공을 치는 행위, 헤딩경합을 할 때 팔을 넓게 벌리며 팔꿈치로 가격하는 행위, 반칙을 하지 않았는데도 반칙을 당한 척하며 바닥을 뒹구르고 아픈척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현장에서 또는 방송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을 떠돈다.
상대팀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져 있으면 공을 밖으로 차내 부상 조치를 하게 하는 장면은 축구장의 미덕이 된지 오래됐지만, 축구장의 양심은 거기까지였다.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비양심적인 행위로 승리하길 바라지 않는다. 이런 행위는 교육적으로도 매우 안 좋으며, 축구선수에 대한 이미지를 더럽힌다.
FIFA 이탈리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브라질과 칠레가 맞붙었다. 칠레는 반드시 승리해야 예선 통과할 수 있었다. 두 팀의 경기는 1989년 9월 3일 브라질 경기장에서 16만 관중이 경기장을 꽉 채운 가운데 열렸다.
후반 선제골을 넣은 브라질이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칠레 골문 뒤쪽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브라질 여성이 던진 폭죽이 칠레 골키퍼 근처로 떨어지자 골키퍼는 쓰러지며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렸다. 경기가 중단됐고 골키퍼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그리고 칠레는 경기 후 제 3국에서의 재경기를 요구했다.
FIFA의 조사 과정서 아르헨티나의 카메라맨이 찍은 필름에는 폭죽이 칠레 골키퍼에 맞지 않았고, 그냥 주변에 떨어진 것이며, 칠레 스텝이 경기장에 뛰어들면서 얼굴에 머큐롬을 대량으로 뿌려 마치 피를 흘리는 것처럼 연출해내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모든 조사가 끝난 후 로하스 골키퍼는 영구제명됐고, 올랜드 아라베나 감독과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다니엘 로드리게스는 영구 추방됐다. 칠레축구협회는 1억원의 벌금을 내야했고, 다음 월드컵인 1994년 미국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다. 칠레 축구협회장에게는 4년 자격박탈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는 브라질의 2-0 승리로 결정났다.
대전 전역에서 구청장기, 시장기, 연합회장기 등 각종 생활체육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각종 비양심적인 행위들이 생활체육의 현장에도 나타난다. 필자는 우리가 함께 살고 어울리는 스포츠현장에서 비양심적인 행위들이 퇴출되기를 바란다. 엘리트스포츠에서의 교묘하고 거친 파울들, 비양심적인 행위들이 생활체육 현장으로 옮겨가서는 안된다.
거친 파울로 상대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히 퇴장조치 되어야 하고, 교묘하고 야비한 행위로 경기를 지연시키거나 양심을 속이는 행위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대전체육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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