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명산 중 기가 가장 센 곳으로 유명한 마이산(馬耳山)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에 앞서 이 산에 와서 기도를 올리고 산 이름을 속금산(束金山)이라 하였으며 이후 조선조 3대 임금인 태종이 산이 흡사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말 마(馬)자에 귀 이(耳)자를 써서 마이산이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고 하는데 봄에는 안개 속에 우둑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하여 용각봉,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 귀처럼 보인다 하여 마이산,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이라 부른다. 그러니 지금이 마이산의 제철인 셈이다.
그렇게 조금 더 올라가면 길 옆에 돌탑 쌓기 체험장이 있다. 일반인들이 가족의 건강을 비롯해 각자의 소중한 소원을 빌며 투박하게 쌓았을 조그마한 탑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우리도 각자의 소원을 빌며 돌 하 나씩을 탑에 올렸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조금 더 올라가니 돌로 쌓은 탑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탑사에 도착했다. 등산복을 비롯해 캐주얼한 복장의 사람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마이산에는 두 가지의 신비스러움이 있는데 첫 째는 자연석 석탑들이 어떠한 강풍이나 비바람에도 흔들리기만 할 뿐 무너지지 않은 채 100여 년을 넘게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는 것과 둘 째는 겨울철이면 탑 단위의 정화수 그릇에서 역고드름이 솟아오르는 현상이다. 탑 사이사이로 형성된 좁은 길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간 후 내려다본 모습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렇게 탑사 구경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한 쪽에 마련된 비석에 허호석 시인의 마이산이란 시가 눈에 들어 왔고 시를 가슴에 새기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청정 수맥은 갈한 영혼을 목축이리. 굽이굽이 금강. 섬진강을 거느렸다.
마이산은 神이 창조한 조화이니 山中에 영산(靈山)이라. 하늘을 품은 기상은
人道 가는 길을 엄중히 묻는다.
천지탑은 인간이 축조한 걸작이라. 만인의 정성을 괴어올린 숭고한 모습, 한 개 두 개 올려놓은 저들의 소망을 받드는가
한 계단 두 계단 헤아리며 어찌, 하늘 층계를 오르내리나
아! 무거움을 내려놓을 곳이 바로 여기인 것을.
▲가는길=자동차 이용 시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수 나들목에서 진안으로 빠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진안IC에서 나간 후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버스 이용 시 터미널에서 남부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먹거리=등산로 주변에 형성된 식당이 많아 취향에 맞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 유독 등갈비 굽는 식당이 많다.
글·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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