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청호 가보니…메말라 수몰마을까지 고스란히

  • 사회/교육
  • 환경/교통

[르포] 대청호 가보니…메말라 수몰마을까지 고스란히

대가뭄에 역대 3번째 저수량 … 옛 우물터·돌담 등 물밖으로

  • 승인 2015-10-07 18:06
  • 신문게재 2015-10-08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르포] 대청호를 가다

▲ 대가뭄에 수위가 크게 낮아진 대청호에 옛 수몰마을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 대가뭄에 수위가 크게 낮아진 대청호에 옛 수몰마을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뭄 탓에 대청호의 수위가 1980년 댐 조성 후 역대 3번째로 낮아지면서 35년간 잠겨 있던 수몰마을 일부가 하나둘씩 물 밖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이 하나씩 쌓았던 돌담부터 뒷마당을 지켰을 감나무 그리고 중학교 우물터까지 대청호 곳곳이 유적 발굴현장을 방불케 한다.

일부 수면에는 녹조현상이 뚜렷해지고 큰빗이끼벌레의 사체까지 관찰되는 등 수질관리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7일 대전 동구청의 환경감시선에 탑승해 둘러본 대청호은 황량한 사막 위 갇힌 작은 호수처럼 움츠려 있었다.

언덕의 푸른 소나무숲 바로 밑까지 들어찼던 대청호는 지난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수면은 상당히 낮아진 상태였다.



물에 잠겨 있던 부분이 밖으로 드러나면서 하얀 모래언덕과 바위 등이 부서질 듯 메마른 채 벌거벗고 있었다.

언덕의 푸른 소나무 숲과 대청호의 수면 사이 대략 20m가량의 공백이 만들어졌고, 그만큼 대청호 수위가 가뭄의 영향으로 내려갔다는 의미였다.

동구청 환경보호과 서용강 상수원보 담당은 “대청댐이 만들어지고 올해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한번도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노출됐고, 절벽 같은 사면이 드러나 대청호의 풍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 대청호 수질관리소 선착장에서 출발한 선박이 수면을 가르고 도착한 동구 내탑동의 대청호 끝자락에서는 35년전 옛 마을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 있었다. 무릎 높이의 돌탑들이 바둑판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각형을 이루고 있었고, 둥근 입구의 우물터와 물을 담아놨을 큰 항아리 두 개가 물 밖으로 살포시 드러나 있었다.

다시 환경감시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고사한 나뭇가지가 물밖으로 손을 내밀듯 내뻗은 지점이 있었다.

동행한 서 담당은 “수몰 주민들에 의하면 옛 내탑초등학교 교정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었다는데, 수면 위 나뭇가지들이 그때 그 나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구 오동의 대청호 수면에는 역시 돌탑 형태의 마을 터가 노출됐고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전에 사용된 유람선 선착장의 계단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옛 중학교에서 사용한 우물터와 수몰되면서 죽어간 감나무가 아직도 등대처럼 서 있었다.

이날 대청호의 수면에는 진녹색을 띠는 녹조가 물결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여름 번식했을 큰빗이끼벌레 사채가 모래사장 위에 말라 있었다.

대청댐은 1975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980년 12월 준공됐으며 충남과 충북 4개 군 11개면 86개 마을이 수몰돼 4075세대 2만6178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