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회 전국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 |
대전원명학교 육상부를 맡고 있는 성대선 교사는 영지를 보는 순간 그냥 달리기만 잘하는 평범한 소녀가 아님을 직감했다. 성 교사는 “육상선수가 아님에도 자세가 남달랐다”며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15세계발달장애인종합대회 한국대표 선발전 우승 |
영지의 재능은 원명학교로 전학 후 1년 만에 한국신기록 달성이라는 쾌거로 나타났다. 17세의 어린 장애인 소녀가 대한민국 육상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것이다.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던 임영지(17. 대전원명학교)선수의 모습은 여느 동갑내기 여고생과 다름이 없었다.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웃음소리가 교차했다. 대회를 앞둔 특별 훈련기간에도 영지의 표정은 항상 밝다. 성 교사는 “영지의 밝은 성격은 훈련 보다 대회에서 나타난다”며 “실전에서 기록이 좋게 나오는 이유가 긴장을 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 제9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 우승 |
임영지 선수는 지난 9월 에과도르 2015세계발달장애인종합대회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자신이 세운 한국신기록을 갱신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진출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한국신기록을 세운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쁨과 동시에 자신의 기록을 또 한 번 깨야 한다는 부담감이 함께 들었다”고 대답했다. 기록에 대한 부담감은 일반인 선수와 다름이 없었다.
▲ 제8회 전국장애인전국체전 금메달 수상 후 |
영지는 처음부터 밝은 선수는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까지 일반학교 특수반을 다니면서 일반인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영지의 담임인 이응혁 교사는 “처음 봤을때 기가 많이 죽어있고 사람을 두려워하는 대인기피증이 있었다”며 “오늘의 영지를 만든 것은 체육부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영지의 밝은 표정 속에는 사실 가슴 아픈 과거가 숨어있다. 영지의 부모님은 영지가 3살 때 집을 나가버렸다. 영지 할머니와 강아지 뽀뽀가 영지의 유일한 가족이다. 올해 초 아버지가 돌아왔지만 객지 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제대로 된 병원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체육부를 맡고 있는 임승완 감독은 “영지의 가정환경은 동료 학우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편에 속한다”며 “재능 있는 선수임에도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사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영지의 표정은 여전히 밝다. 영지의 꿈은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원명학교에 실무자로 취업하는 것이다. 영지는 “내가 언제까지 육상을 할 지 모르겠지만 한계가 오는 순간까지 뛰고 싶다”며 “미래는 알 수 없어도 달리기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영지는 오는 10월 강원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또 한 번의 금메달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4월 중국에서 열리는 리우장애인올림픽 쿼터경기에서 순위권에 들어가면 올림픽출전권이 주어진다. 영지가 보유한 200m 한국신기록은 28초23다. 일반인 한국신기록 23초 69와 4.54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계기록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17세의 어린나이를 감안하면 2020년 도코장애인올림픽 시점에는 메달권에 진입이 충분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피니트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임영지, 대한민국 육상국가대표 영지의 질주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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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부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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