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 먹을 사람 구해요” 외로운 취준생 '밥터디' 결성

  • 사회/교육
  • 교육/시험

“같이 밥 먹을 사람 구해요” 외로운 취준생 '밥터디' 결성

시선의식 하지 않고 '정보 공유'… 밥만 먹는 일시적 관계 '新풍속'

  • 승인 2015-09-29 16:16
  • 신문게재 2015-09-30 6면
  • 성소연 기자성소연 기자
“함께 밥 먹을 사람 구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지훈(32)씨는 얼마전부터 식사시간에만 함께 밥을 먹는 밥친구를 만들었다.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나이도, 전공도 모르지만 매일 오전 11시 30분 학생식당 앞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이씨는 “처음에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지만, 외롭기도 하고 주변 시선도 의식돼 도저히 못 먹겠더라”며 “적어도 식사만큼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즐겁게 먹고 싶어 밥친구를 구했다”고 말했다.

지역대학 4학년생인 박서윤(25·여)씨도 얼마전 밥친구를 구했다.

박씨는 “어학연수를 하고 복학을 한 탓에 이미 동기들이 졸업 했고, 취업 준비를 하려면 하루종일 도서관에만 있어야 해서 비슷한 시기에 복학한 사람들끼리 밥 먹는 모임을 만들었다”면서 “혼자 먹는 게 크게 의식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이런걸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불황으로 인해 졸업 후에도 학교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면서 점심과 저녁때만이라도 함께 식사를 하는, 일명 '밥터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밥터디는 말 그대로 각자 공부를 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밥만 먹는 일시적인 관계다. 서로간의 시간을 뺏지 않는 대신 혼자 밥을 먹는 주변 시선을 더이상 의식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식사 시간 동안 취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 취준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대전 한 A대학 내 캠퍼스 게시판에는 '밥 친구를 구한다'는 쪽지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또 다른 B대학의 경우 밥터디를 구하는 게시글이 5~6건 오르고 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먹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함께 밥을 먹어주는 친구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언제 취업될지도 모를 기약없는 막연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국 인간 관계마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젊은층이 식사하는 모습까지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밥터디'라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취준생 이미현(27·여)씨는 “취업준비로 받는 스트레스를 가족도 이해해주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동병상련의 밥터디 구성원과 정보도 공유하고 조언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밥터디=우리말인 밥과 영어인 스터디(study)의 합성어로 식사시간에 공부를 하기 보다는 밥을 먹으려고 결성한 모임.

성소연 기자 daisy8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4.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5.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