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센터연구소장 |
내현적 자기애는 발현 양상이 정신의학적 증상으로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생활의 여러 면에서 자기애적 성향이 나타나는 경우다. DSM-Ⅳ는 외현적 자기애에 대해서는 기술하고 있지만, 내현적 자기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좌절 상태를 해석할 때, 그 환자가 회복되기 보다는 악화되는 '치료상의 부정적 반응'을 부정적인 자기애의 한 예로 보았고, 이런 환자들은 이상적인 자아(완벽한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커서 이상적인 자아를 향한 노력이 항상성으로 인해 저항을 받는다고 한다. 부정적인 자기애는 종종 부모의 억압으로 인해 내면화된 엄격한 초자아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내면화된 초자아에 의해 이상화된 자기상이 자신을 통제하고, 그 안에 자아가 갇힌 채, 행동 발현이 억압되면 내면화된 자기애가 발달한다. 내현적 자기애는 외현적 자기애와는 달리 타인의 반응에 과민하고 쉽게 상처를 입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 증상들로는 자기표현을 억제하고 수줍어하며, 심지어는 자아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더 기울이며, 주위의 중심이 되는 것을 피한다. 자신에게 경멸당할 이유나 비판당할 소지가 있는 지를 살피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며, 감정적 상처를 쉽게 받는다. 즉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쉽게 느낀다. 언뜻 보기에 이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잘난 척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는 매우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들의 과민한 행동 양상은 결국, 자신은 상처받거나, 거절당하거나, 능력부족으로 인해 비판받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정적 정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밑에 깔려 있다. 즉 내면의 심리구조나 역동체계가 자기애적이다.
코헛은 이런 자기를 형성하는데 기여한 어린 시절의 자기대상의 영향에 초점을 두는,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주체로서 인간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으로 다른 대상관계이론은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에 코헛은 그 대상과 관계를 맺는 주체로서의 자기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이 자기가 건강한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한 대상관계가 불가능해 지며, 건강하지 못한 자기가 곧 자기애적인 성격의 문제로 드러난다고 본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장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각기 다른 대상들을 통해 자기구조가 형성된다. 이렇듯 관계에서 만나는 자기대상들은 개인의 성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것은 프로이트와는 달리 개인의 치료와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더 일상적이며 개방적인 장면으로 인도하는 것과 동시에 “어떻게”라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상에 이끌리고, 포부에 의해 앞으로 전진 하는 존재이기에 대인관계에서 자기표현이 잘 받아들여질 때 포부가 발달하게 되고, 타인의 표현을 잘 받아들일 때 이상이 내재화됨으로써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 또는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양극의 성격이 조화롭게 치료,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정지인 대전심리상담센터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