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명절마다 찾아온 간호사관학교 직원 두 명이 이날도 양로원을 찾아와 후원금과 물품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대전시청 노인보육정책과 직원들도 사랑의 집에 방문해 말벗도 되어드리고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사랑의집 어르신들은 거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늘은 누가 찾아올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수첩만 들고 간 기자를 보고도 반가움을 표했다. 어르신들은 연신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 노인 보호시설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풍경 같지만 이마저도 찾아드는 발길이 많지 않아 명절에 더 한적하다는 게 시설 직원의 얘기다.
추석과 설을 앞두고 시설이 방문객으로 붐벼 모든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
지금도 꾸준히 시설을 방문해 이름없이 지원해 주는 봉사자도 있다.
지난 금요일엔 환경미화원들로 구성된 '참사랑회'가 방문해 시설 노인들과 송편을 만들었다.
꾸준히 찾아와 텃밭 가꾸기를 비롯한 궂은 일을 하는 단체다.
동구 소제동의 아동 보육시설 자혜원 역시 기존에 시설을 찾아오던 몇 사람과 단체가 명절에도 찾아올 뿐 예전만큼 북적거리지 않은 명절은 지난 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성인이 돼 보육시설에서 독립한 시설 선배들이 명절에 찾아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유성구 상대동에 자리한 아동 보육시설 천양원은 이례적으로 자원봉사자가 최근 2배 늘었는데 대부분이 정부기관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위주의 물품 후원도 이어진다고 했다.
이재훈 천양원 사무국장은 “기억하고 관심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방문해서 도움까지 주는 따뜻한 손들이 있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간혹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후원물품을 보내주고는 있지만 넉넉한 양은 아니다. 후원으로 들어오는 생필품이 시설에서 사용하는 양에 크게 부족해 복지시설이 어쩔 수 없이 생필품을 구입하게 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금례 사랑의집 생활복지사는 “명절 전후로 가족 생각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우울해 하는 어르신들도 있다”며 “소외된 주변 이웃에 많이 관심 갖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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