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미 송촌평생학습도서관 사서 |
필자가 미술관에도 가고, 공연도 보고 나름 문화생활을 즐기며 여유있게 사는데 일하랴, 아이 키우랴, 바쁘고 지쳐 보인다고 했다.
소설 한권을 진득히 읽어낼 여유조차 없으니 짬짬이 그림이라도 보라며 건넨 책이 바로 '그림의 힘'이었다.
친구 말대로 이 책은 쭉 내리 읽지 않아도 인물, 상황, 관계 등을 파악하며 읽지 않아도 언제든 어느 부분이든 책을 펼쳐 감상하며 생각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이다.
미술작품에 대한 견해나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읽기에도 편안하도록 작품설명 위주가 아니라 그림 자체에 대한 느낌이나 화가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로 되어 있어, 읽어가는 책이라기보다 보고, 느끼는 감각 중심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 그림의 힘 |
처음부터가 아니어도 여러분이 관심 가는 주제를 먼저 펼쳐도 좋다. 여러분을 멈추게 한 그림을 통해 현재 심리상태를 알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책의 목록제목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는 방법', '사람에게 실망할 때',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돈을 버는 것이 행복하려면', 과거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와 같이 상황에 따라 지어져 있다.
따라서 나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그 페이지를 찾아 읽는 재미도 무척 쏠쏠하다. 나는 일의 행복을 위해 첫 장부터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을 위한 밤의 테라스'부터 '창가의 남자', '비눗방울 부는 소년', '눈 먼 소녀', '폴리네시아, 하늘', '붉은 조화' 등의 명화를 보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덧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힘내라, 삶이란 그런 것이다, 힐링하라' 등의 말을 하지 않아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던지….
이것이 바로 '그림의 힘'인가 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맨 처음 나오는 그림 빈센트 반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가 좋다. 퇴근길 별이 총총 뜬 밤 친구들과 함께 차마시며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따스해졌다. 또 왠지 힘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지인은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기대'라는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사람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왜 89장의 그림 중에서 이 그림이 가장 좋았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그림이 가장 좋다고 말할까?
가을을 앞둔 어느 햇살 깊은 날,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잠깐만 짬을 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서로 관심이 가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눈을 호강시키며 서로 즐거운 여름을 마감한다면 세계 유명 미술관에 다녀온 것보다도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지금 당장 내 몸과 마음이 최상의 리듬을 찾게 되는 그림들을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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