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교육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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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교육과 사랑

  • 승인 2015-09-09 14:26
  • 신문게재 2015-09-10 18면
  • 박노권 목원대 총장박노권 목원대 총장
▲ 박노권 목원대 총장
▲ 박노권 목원대 총장
친구 중에 강아지 바보가 하나 있다. 그는 강아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오로지 강아지를 위해서 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야말로, 강아지라면 그는 바보처럼 분별력을 상실한다. 그 친구가 처음부터 강아지를 그렇게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처음엔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들이 억지로 맡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평생 강아지를 기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아지 키우는 것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그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방바닥에 대소변을 보는 것도 모자라 침대와 소파 위에까지 실례를 했다. 외출 후 돌아오면 집안은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저 내다 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철망 속에 가두기도 하고 매질도 해 보았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그런데 사랑 모드로 전환했을 때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신기할 정도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은 물론, 귀여운 짓을 해서 집안 분위기를 일시에 바꿔놓았다. 강아지 때문에 집안에 하루 종일 웃음이 떠나지 않게 되었다. 그 친구는 강아지를 위해 산책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덩달아 건강해졌다. 외국에 가면 제일 그리운 것이 그의 강아지라고 말했다.

강아지도 이럴진대 사람은 어떻겠는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처음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말썽을 피우게 되고, 부모는 칭찬보다 잔소리를 더 하게 된다. 학교는 또 어떤가?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선 칭찬할 구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꾸중하고 훈계하고, 나중에는 미워하다 방치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지식의 전수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빨리, 최대한의 지식을 쌓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예전엔 선생님을 만나면 하는 소리가 때려서라도 사람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숙제나 많이 내 달라는 것이 고작이다. 자녀가 좋은 대학 가고 출세해서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가 많은 나라일수록 교실 환경은 엉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걱정하고 있는 미국의 학교가 그렇고 우리나라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공부를 아주 시시하고도 따분한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는 친구들과의 사교를 위해서 가는 곳이지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모두 웃기는 내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있을 리 없고, 선생님을 가볍게 보는 것이 교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그렇다고 도덕이니 윤리니 인성이니 하는 것을 들먹여봤자 먹힐 리 없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문제의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업에 집중을 못하거나 태도가 불순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학생이라 할지라도 그걸 교정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가르치는 사람은 먼저 다가가서 친밀한 관계부터 쌓아야 한다. 그들의 관심사, 그들의 불만을 청취하고, '작전상' 그들의 입장에 동조해주어야 한다. 그걸 거스르면 그들과는 영원히 등을 지게 된다. 서로 어느 정도의 친밀감을 확보하게 되면 아이의 태도가 달라진다. 학습에 관심을 보이게 되고 성적이 올라간다. 이것은 대학생에게도 해당된다.

오래 전의 일이다. 지리산 밑 오지에서 유학 온 학생이 있었다. 강의실의 맨 앞줄에 앉아 열심히 강의를 듣긴 했지만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주 고개를 내두르기에 나중에 연구실로 불렀다. 그는 강의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을 털어놓았다. 교수님의 강의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 안 된다고 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그날 강의했던 것을 처음부터 다시 강의했다. 다음날 그 학생이 또 찾아왔다. 전날 재 강의해 준 내용을 필자 앞에서 말하는데, 이해도가 40%도 안 되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강의가 되풀이 되었고, 그런 일은 거의 매일 반복되었다. 바쁠 땐 괴로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땀 냄새 풀풀 나는 그 학생이 며칠 째 보이지 않으면 필자는 그의 소재를 수소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로 성장했다.

가르친다는 것은 애정이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사랑이 없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지식은 사랑과 함께 전수될 때 가장 수월하다. 가르치는 것은, 그야말로, 내 강아지 바보 친구처럼, 학생바보가 되는 것이다. 교육은 지식저장장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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