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일 내포본부 |
대전은 26년 전 충남에서 분가(分家) 했다. 세종 역시 특별법을 통해 충남에서 독립한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충남이 충청권의 ‘큰집’이자 ‘맏형’인 이유다.
충남도청 공직자들도 ‘맏형 마인드를 갖고 있다. 대전, 세종, 충북을 놓고 충청권에서 경쟁하는 라이벌로 보지 않는다.
이보다는 지역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고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충남도 공무원들에게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충남이 최근 ‘맏형’ 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명실상부한 한국 행정도시인 세종시에 오지 않고 과천에 잔류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다. 행정자치부가 미래부를 제외한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만 세종시로 이전키로 하고 해당 기관 이전 고시안과 계획을 마련해 공청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행복도시특별법 제16조에는 나와 있는 세종시 이전 제외 부처로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만 명기돼 있다. 미래부는 이전 제외 대상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충청권 지자체와 정치권은 즉각 특별법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정부에 대해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충남을 쥐락펴락하는 자리에 있는 고위 관료들은 이에 대해 입을 닫았다.
“행정직이 말하기 곤란하다.”, “중앙정부에서 신문을 다 볼 텐데 부담스럽다.”, “내 분야가 아니다.” 등의 이유로 한사코 코멘트를 거절했다. 결국, 정통 관료가 아닌 선출직 안희정 지사와 김기영 의장이 나선 뒤에야 충남도의 입장이 정리될 수 있었다.
같은 시각 대전시에서는 부이사관급인 기획관 이름으로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세종시 역시 기자회견을 자청, 언론에 정부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충청권에서 ‘맏형’을 자부하는 충남도가 제법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맏형’은 동생이 밖에서 얻어맞고 들어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상대를 때려눕히는 역할을 하곤 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맏형’의 정서다.
충남, 대전, 세종,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9일 세종시에서 만나 미래부 과천 잔류설을 규탄하고 세종시 정상건설을 촉구하는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앞으로 미래부의 세종행을 결정짓기까지 충청권 ‘맏형’ 충남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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