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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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해고

  • 승인 2015-09-08 14:13
  • 신문게재 2015-09-09 19면
  •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 구본충 충남도립대 총장
미국의 대학교수들은 테뉴어(tenure)를 받는데 사활을 건다. 테뉴어를 받으면 정교수가 되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고 못 받으면 대학을 떠나야 한다. 다른 대학으로 옮기거나 대학을 떠난 사례도 종종 눈에 띤다. 우리나라 대학도 이러한 제도를 두고 있다.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심사를 받아야 하고 정교수가 되기 전에도 주기적으로 재임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와 같이 재임용에 탈락해서 대학을 떠난 사례는 없다. 재임용 여부를 대학이 판단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지만 탈락시킨다 해도 각종 소송을 통해 대부분 구제된다.

공무원들은 신분보장이 법에 명시된다. 정책을 공정하게 결정하고 집행해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해고가 불가능하다. 근무성적 평정에서 두 번 연속 '가'를 받으면 해고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근무성적평정에서 '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종 감사도 일을 한 결과에 대해서 법규에 합당한지 부정은 없었는지를 묻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은 공무원들은 감사를 받을 이유도 없다. 일을 하지 않아도 성 문제, 돈 문제만 없으면 평생 근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철밥통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기업의 경우에도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해고는 매우 어렵다. 근무시간에 음란물 800개를 다운 받은 직원을 해고시키는 데에도 지방 중앙 노동위원회를 거쳐 법원에서 1심과 2심 판결을 통해 확정됐다. 여기에 소요되는 많은 시간과 비용의 소요는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불법다운로드라는 범죄행위의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도 해고가 이렇게 어려운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이나 기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 하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업은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업무의 외부 위탁을 확대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신규고용은 줄어들고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떤 회사는 사장만 빼고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왜곡현상을 개선해 신규고용을 늘리기 위한 많은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고용의 유연성 확보, 임금피크제, 노동시간 단축에 의한 신규고용 확대 등을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의 유연성은 해고로 연결되며 해고는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삶의 터전을 잃게 하는 것이다. 해고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고용보험이 도입되고 전직을 위한 각종 연수가 실시되고 있지만 재취업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보수가 줄어들고 자존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개인의 행복 없이 나라의 행복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해고와 인종차별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TV 생방송 인터뷰 도중 기자와 카메라기자를 살해해 세상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채용에 더욱 신경 쓰고 소수계층이나 소외계층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자선기관이 아니다. 수익을 창출할 때에만 존재할 수 있다. 직원들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직원들에게 아무리 잘 해준다하더라도 보수가 적다면 직원들은 회사를 떠날 것이다. 기업에게는 고비용 구조를 완화해 적정한 수익을 창출하게 하며, 직원들에게는 상응한 보수를 주고 해고 부담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생각해 본다. 해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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