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출 후 중구 대흥동의 한 놀이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던 미주(18·여·가명)는 '예쁘다'며 접근한 3살 많은 남성과 사귀게 됐다.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성은 함께 지낼 집을 마련하자며 미주에게 성매매의 일종인 '보도(보조도우미)'를 강권했다. 벌어온 돈을 모두 빼앗기는 상황에서 미주는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상태였다.
학업을 중단하고 가출한 여성 청소년(이하 청소녀)이 신분증 확인 안 하는 모텔촌과 낯선 만남을 부추기는 스마트폰 앱 등으로 대전에서도 쉽게 성매매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매매 과정서 벌어지는 폭력 등의 범죄 상황에서 청소녀도 함께 처벌받는 조항 때문에 쉽게 신고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1일 지역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등에 따르면 대전 원도심 일원에 이미 가출한 남녀 청소년들이 혼숙하며 가출을 이어가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텔은 하루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 사이의 숙박비로 이용 가능하며 미성년자에 대한 신분증 검사도 하지 않아 가출 청소년의 아지트처럼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곳에서 미성년자가 성매매에 노출되는 정황이 쉽게 관측된다는 점이다. 상담소 느티나무에 따르면 청소녀를 주점으로 출퇴근 시키는 차량의 출몰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또 보도나 조건만남을 하는 청소년의 경우 감금, 폭력, 강간 등의 피해를 경찰에 신고할 때도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상황 때문에 신고도 꺼리고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 포주까지 등장했다는 게 목격 가출 청소녀들의 증언이다.
청소녀들과 심층 인터뷰를 나눈 손정아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소장은 “모텔과 스마트폰앱, 몰상식한 어른 그리고 소홀한 단속까지 대전에 가출 청소녀들이 성매매에 노출될 환경이 만들어져 우려스럽다”며 “이들을 쉽게 만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원도심에 지원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