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
그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원대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란 세계 최대 단일 대륙인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고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해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고자 하는 구상에는 주변국들도 관심이 많은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 등이 그것이다.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과 유럽에 이르는 지역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고 '신동방정책'은 러시아가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 경제 및 외교적 협력을 심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왜 이처럼 세계열강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데 관심이 많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만큼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동아시아 지역이 크게 발전해 유럽과의 물동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국가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구상대로 한반도종단철도를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몽골횡단철도 등과 연결하면 유럽에 대한 물류 운송 기간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비용도 30% 이상 절감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남북간 경제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남북 경제교류의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는 대륙횡단철도 연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분단 이후 지난 70년간의 경제성장 경로를 보면 우리나라나 북한 모두 이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요구받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잠재성장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경제구조를 보면 북한은 자력갱생을 목표로,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발전을 추구해온 관계로 서로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들어 중국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소위 '중국경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경제에 크게 의존해온 우리나라와 북한 모두 이러한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는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과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마그네사이트 등 풍부한 광물자원과 저임금의 노동력을 갖고 있다. 개성공단의 북한근로자 임금은 월 70불에 지나지 않아 중국이나 심지어 베트남보다도 인건비가 싸다. 분명 우리나라와 북한은 윈윈 게임이 가능할 것 같다. 분단을 극복한 독일의 경우를 보면 동독과의 통일 직후에는 재정부담이 커 다소 어려움을 겪는 듯 했으나 최근에는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남북간 경제교류가 확대된다면 북한을 포함해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 극동지역 등과의 연계도 더욱 손쉬울 것이다.
그러나 지난 70년 동안이나 분단의 세월을 겪은 만큼 교류 확대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경제시스템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은 과거 서독이 택했던 '접근을 통한 변화' 전략을 우리도 실행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방송 등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한편, 전력 등 에너지 시설을 확충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면 당장 정치적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에서 북방행 기차를 타고 평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중국 동북3성에 들러 고구려의 문화를 감상한 후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 대서양을 볼 수도 있다는 꿈이 나만의 소망으로 끝날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