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1학년 담임 교사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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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1학년 담임 교사의 사생활

  • 승인 2015-09-01 14:02
  • 신문게재 2015-09-02 18면
  • 김소용 서산 명지초 교사김소용 서산 명지초 교사
▲ 김소용 서산 명지초 교사
▲ 김소용 서산 명지초 교사
지난 2년간 나는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으로 석사과정 파견 연수를 다녀왔다. 힘든 순간마다 현장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렸고 현장으로의 복귀를 갈망했다. 올해 학교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전공 영역을 적용할 수 있는 고학년 담임 배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고 2월 한 달 동안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3월,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불안감을 품은 채 입학식을 맞이하게 되었고 22명의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입학식 날 갑자기 칠판에 나와 낙서를 하는 아이, 이유 없이 우는 아이, 오줌이 마렵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부르는 아이 등 너무 산만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 1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를 속으로 되뇌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학년이 지닌 매력과 진면목을 느낀 것은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였다.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은 아이들과 1학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한 내가 서로 마주하며 제대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1학년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나를 행복한 교사로 만든다. 이것이 1학년의 첫 번째 매력이다.

하교 버스를 타기 전 '선생님이 우리 반 선생님이라 정말 좋아요'라고 이야기하는 한 학생의 말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또 금요일 하교 지도를 하는 길에 주말이라 너무 싫다는 학생의 말에 집에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하며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학교가 재미있어서 주말이 싫어요'라고 답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1학년의 두 번째 매력은 순수함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교실로 들어오더니 울먹거리며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가 있었다.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화장실에 타란튤라가 있어 볼 일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같이 화장실에 가서 거미를 잡아주겠다고 약속했더니 이 아이는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무 친구를 정하기 위해 운동장에 나갔을 때 또한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었다. 나무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나무에게 먼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고 했더니 학생들은 일제히 나무에게 달려가 자신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지 상냥하게 물어보았고, 나무를 위해 노래를 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과서를 보며 학생들이 나무 친구라는 것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1학년의 또 다른 매력은 엄청난 긍정적인 에너지다.

잘 지켜지지 않는 규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앞으론 잘 지킬 수 있어요'를 외친다. 경쟁이 있는 놀이에서 졌을 때에는 실망하지 않고 이긴 편 친구들을 축하해주며 다음에 잘하자고 함께 결심을 한다. 어느 날 처음 물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챙길 것이 많은 활동이었기에 먼저 활동이 끝난 아이들을 '스펀지맨', '바닥 닦기맨', '물통맨'으로 임명해 나를 보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몇몇 아이들의 과감함으로 싱크대의 물이 넘쳐 바닥이 흥건히 젖게 되었다. 이를 다 치우느라 지쳤던 나는 하교하며 '다시는 물감을 쓰고 싶지 않아'라고 학생들에게 하소연을 했고 한 학생이 '선생님 걱정 마세요. 우리 반에는 닦기맨이 있잖아요. 다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모습에 볼멘소리를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지난 6개월간의 생활은 교직 생활 6년 동안 가장 평온하면서도 행복했던 경험이었다. 1학년 아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 다정함, 순수함은 나를 웃음 짓게 한다. 1학년이 들려주는 솔직한 목소리에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반성하기도 하며, 조금은 느린 1학년을 기다려주기 위해 인내를 배우기도 한다. 다시 2월로 돌아가 어떤 학년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1학년을 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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