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학 구조조정, 대학 스스로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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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학 구조조정, 대학 스스로 개혁해야

  • 승인 2015-08-26 14:14
  • 신문게재 2015-08-27 18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개학을 한 주 앞둔 대학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이번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각 대학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구조개혁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이미 20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다. 특히 지방대학의 위기설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입학정원의 일부를 채우지 못한 대학이 30%에 육박하고 있는데 대부분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9월 초부터 시작되는 수시입시에서 지방 소도시 대학들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서 대학의 위기를 맞은 일본의 경우 정부와 대학의 미온적인 대처로 아직까지 구조개혁 과정에 놓여 있다. 1992년 205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학령인구는 2008년 124만 명, 2012년에는 11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2008년 당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4년제 대학이 47.1%, 전문대학은 67.5%에 달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지방대학과 여자대학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지방대학 중 입시 충원 걱정은커녕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 있다. 이시카와(石川)현에 위치한 가나자와(澤) 공업대학으로, 재학생 7000여 명의 작은 사립대학이다. 아사히(朝日)신문 대학평가에서 매년 교육 분야 1위를 기록하며 '도쿄대보다 더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작년에 98.8%라는 놀라운 취업률과 함께 절반 이상이 대기업이나 공직으로 진출해 취업의 질 역시 높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상위권이 아닌 중위권 성적의 학생들을 입학시켜 일류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에 가나자와 공대에 재직중인 한국인 교수 한 분에게 특강을 요청했다. 가나자와 공대는 이미 국내 여러 대학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으며, 필자도 몇 년 전 교직원들과 함께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벤치마킹을 통해 우리 대학 공학계열 전공 프로그램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나자와 공대의 구체적인 교육 방식을 속속들이 알고 싶었고 또한 전 교직원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특강을 열게 된 것이다.

가나자와 공대는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프로젝트 디자인'은 산업현장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을 학생과 교수가 함께 설계하고 개발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1학년 때부터 팀별로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선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면서 학생들은 배운 지식을 실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졸업반 학생들이 성과물을 발표할 때는 기업체에서 수백 명이 참석할 정도라고 하니,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훌륭한 교육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일명 '꿈의 공장'인 '몽고방(夢考房)'도 가나자와 공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방학 기간에도 문을 여는 몽고방에서 학생들은 마음껏 작품들을 제작하고 전국 기능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첨단 시설의 공학 전문 도서관과 365일 연중무휴로 문을 여는 자습실이 있으며, 프로젝트 수행의 토대가 되는 수학, 물리 등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공학기초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가나자와 공대의 성공 사례는 지방에 위치한 우리나라 군소 대학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본다. 학령인구 감소로 일본의 지방대학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을 때 가나자와 공대는 1995년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대학 시설뿐 아니라 교직원들의 의식 개혁도 과감하게 밀고 나가 잘 가르치는 대학, 취업률 1위 대학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현재 우리의 대학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 2020년에는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10만 명 정도 웃돌 것이라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대학의 구조조정은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부 주도에 앞서 대학 스스로 체질 개선을 하고 혁신적인 교육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대학의 파산 도미노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홀로 우뚝 선 가나자와 공대처럼 우리 대학도 어떠한 방향으로 혁신을 일으켜 명문대학으로 거듭날 것인지 장고를 거듭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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