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실향민 5600여명 가족상봉 꿈 이룰까

  • 사회/교육
  • 국방/안보

충청권 실향민 5600여명 가족상봉 꿈 이룰까

여동생 이북에 둔 선우훈씨도…혈혈단신 피란 온 최완하씨도… 평균 나이 80세, 간절함 더해 “상봉 정례화로 한 풀어주길”

  • 승인 2015-08-25 17:57
  • 신문게재 2015-08-26 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남북 고위급협상 극적 타결… 추석 이산가족상봉 합의

▲ 남북 고위급 회담이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되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25일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지사에 마련된 이산가족찾기 접수처에서 직원이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br />이성희 기자 token77@
▲ 남북 고위급 회담이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되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25일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충남지사에 마련된 이산가족찾기 접수처에서 직원이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남북이 올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기로 해 충청권 실향민의 가족상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려 기다리는 실향민이 전국적으로 6만6200여명에 달하고, 충청권에서 5600여명의 실향민이 평균나이 80세를 넘어서고 있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필요성도 강하게 제기된다.

평안북도 정주군 고안면이 고향인 선우훈(83·대전 신탄진·대덕지구 이북도민회장)씨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추진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다시금 품게 됐다.

이북 고향에 어머니와 5살 터울의 여동생을 남겨 두고 해방 이듬해 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이끌려 13살 나이에 북한을 떠나 월남했다.

남한에 먼저 자리 잡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금방 데리고 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헤어짐은 60년간 다시는 만나지 못한 생이별이 되고 말았다.

봄과 겨울이 수십 번 반복되는 세월 동안 어머니가 이북에 생존해 계시리라 기대할 순 없더라도, 고향을 함께 뛰놀던 여동생의 손을 맞잡고 싶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는 이북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편안하게 고향에 묻히셨는지, 동생은 가족을 잘 일구었는지, 밤새워 이야기도 하고 싶다.

선우훈씨는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1989년부터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봉자 명단에 포함되기를 줄곧 기다려왔으나 아직 이북의 가족을 못 만나고 있다”며 “올해 내 유전자 시료를 적십자에서 가져갔는데, 이 몸이 죽어서라도 이북 가족과 선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함경남도 흥남시 신상리에서 1950년 12월 흥남철수 작전 때 월남한 최완하(87·대전 인동)씨는 이북에 있는 어머니와 누나ㆍ형ㆍ동생이 그립다. 전쟁 와중에 혈혈단신 남한에 내려와 가족 없이 보낸 65년은 외롭고 고향 풍경을 매일 같이 머릿속에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최씨는 “이북에 형제는 모두 돌아가시고 이제 조카들만 남아있을 것 같은데, 하루라도 빨리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 우리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당부했다.

평안북도 창선군 청산면에서 1948년 월남한 실향민 강오석(82) 씨는 이북에 가족을 두고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지 않았다. 광복 직전 결혼해 분가한 누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온 가족이 월남할 때 함께 움직이지 못해 이북에 홀로 남았고, 지금까지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 중학교 교사로 퇴직한 강씨는 교과서에 이산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복받치는 감정에 복도에서 눈물을 한참 흘리고서야 교실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북에 둔 가족을 그리워하는 그가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실향민도 이북 가족을 만나지 못해 수년 째 기다리는데 자기에게 순서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이미 작고한 형님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이북 여동생을 만나려 했지만,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산가족 만남은 쉼 없이 이뤄져 보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국내외 인사는 12만9698명이며, 이 중 6월 말 기준 생존자는 6만6292명(51%)이다.

생존자 중 대전 1492명, 충남 1958명, 충북 2064명, 세종 131명 등 충청권에서 실향민 5645명이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4.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5.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1.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2.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3.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