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규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 |
한 달 전 SNS에서는 난데없이 유엔이 정한 연령기준이라고 하여 노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뉴스가 퍼졌다. 즉, 17세까지는 미성년자, 65세까지는 청년, 89세까지는 중년, 99세까지는 노년 그리고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386세대, 즉 30대처럼 88한 60대라고 하여 이미 60대가 청년임을 외친 사람을 포함하여 70대 이지만 아직 젊다고 생각하던 노인들은 자신을 꽃 중년이라고 하면서 쾌재를 불렀음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65세가 넘으면 제반 법규에서 노인이라고 규정한다. 이 나이가 되면 지공대사 소위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지위로 승진한다.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65세 이상에게는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무료 또는 할인을 통해 우대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복지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규모는 매년 수십 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를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100세 청년시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현실과 65세 이상이면 노인이라는 규정 간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노인기준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종교인에 대한 과세문제만큼 득표와 관련되는 뜨거운 감자로서 계속해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어떻든 연령상 노인이지만 스스로를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떤 명분을 걸고 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일가? 여기에 대해 획일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구태여 정한다면 첫 번째 기준으로는 '95세 노인의 후회'라는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스스로가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인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65세 이후 30년을 더 산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꿈을 꾸는 사람은 '청춘은 가도 젊음은 남는다'는 말처럼 그는 아직 젊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기준은 자신이 나이에 관계없이 사회 현장에서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년에 일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돈을 번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아직 사회에 필요한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현재 자신의 삶이 사회에 쓸모없고 밥만 축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는 노인임이 분명하다. 셋째 기준은 남을 배려하고 경청하며 뭔가를 배우려고 하기 때문에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으며, 자기의 주장만 펴는 사람은 분명 노인이다. 마지막 기준으로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려고 하는지 여부다.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은 자존심, 자존감이 있으며, “요즘 젊은 것들은…”하면서 못마땅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조금이라도 전수시키려고 하는 등 물질적, 정신적 나눔을 행동에 옮긴다. 사실 젊은이들이 지금 보이고 있는 행동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장자들이 지난 날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는 이처럼 나이는 노인이지만 노인이기를 거부하는 젊은 노인이 있는가 하면 나이는 젊지만 노인과 똑 같은 행동을 하는 애늙은이 젊은이도 많다. 즉, 현실에서는 나이만을 기준으로 노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가 생동감을 되찾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연령 기준을 변경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사회참여, 여성의 사회참여 못지않게 노인의 사회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사회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노인이지만 노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사회구조로의 재편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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