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영 대전대화초 교감 |
“아침마다 독서시간도 가져야 하고 스포츠클럽도 운영하느라 너무 바쁘고 힘들어. 그런데 이번에는 놀이시간 50분을 확보하라니 가능한 일일까? 내가 우리 반 아이들과 하고 싶은 활동들은 결국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그래 맞아. 애들이 아침부터 땀 뻘뻘 흘리며 놀고 나면 지쳐서 수업인들 제대로 되겠어?”
“또 바깥놀이하며 다치는 아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어디 그 뿐이야? 서로 승부에 집착하다보면 싸우는 일이 다반사겠지. 순수하게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몇 년 전부터 일부 학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놀이 동아리, 놀이 관련 연수 등 놀이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지만 모든 초등학교에 적용한다는 말에 놀이통합교육은 시작 전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출발을 한 것이 사실이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놀이통합교육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한 초등학생, 학부모, 교사의 인식에 관한 설문이 있었다. '놀이가 교우관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응답이 학생 89.3%, 학부모 93.1%, 교사 94%였고, '놀이활동으로 학교생활이 더 즐거운가?'라는 질문에도 학생 87.9%, 학부모 93.9%, 교사 95.7%가 '그렇다'고 응답을 했다. 2월의 놀이통합교육에 대한 우려와 불만 섞인 의견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나는 설문 결과를 보고 놀랍기보다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수치화된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동안 우리 아이들의 달라진 표정을 볼 때마다 놀이통합교육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도 비슷한 풍경이겠지만 아침마다 우리 학교는 생기가 넘친다. 운동장에서 긴줄넘기로 8자마라톤 하는 아이들, 오징어며 사방치기 하는 아이들, 피구하는 아이들…. 빨개진 얼굴에 이마며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복도를 지날 때면 이번에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교실 안에서 새어나온다. 한 반은 교실 뒤 바닥에서 윷놀이를 하며 '윷이야, 한 번 더' 를 외치고 그 옆 반에서는 손등에 있는 공기가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허공으로 공기알을 들어 올리는 아이의 꽉 다문 입과 심각한 얼굴표정이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멈추어 서서 보노라면 나도 어릴 적 친구들과 했던 놀이가 분명한데 또 다른 형태의 놀이 방법과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 하고 있으니 그 창의성에 새삼 놀란다.
틈만 나면 컴퓨터, 휴대폰, TV 등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아이들이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이를 즐긴다. 이기면 어떻고 지면 어떠랴? 시작할 때 승리를 다짐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친구들과 하는 놀이가 재미있고 즐거울 뿐이다. 함께 하는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 아이들의 마음에 외로움, 따돌림, 폭력이 자리 잡을 틈이 없어 보인다.
내 교직생활 중 웃음꽃이 활짝 핀 아이들의 모습을 가장 많이 보았던 2015년, 지금 보고 있는 이 모습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놀이를 통해 학생과 학생은 소통하고 배려하며, 학생과 교사는 세대 차이를 넘어서 신바람 나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나 교구 등을 제공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놀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 마련 및 개선에 힘쓰는 등 나의 작은 노력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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