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옛 충남도관사촌을 활용한 문화재생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옛 충남도관사촌을 활용한 문화재생

  • 승인 2015-08-25 14:40
  • 신문게재 2015-08-26 18면
  • 문용훈 대전시 도시재생정책과장문용훈 대전시 도시재생정책과장
▲ 문용훈 대전시 도시재생정책과장
▲ 문용훈 대전시 도시재생정책과장
대전고 5거리에서 테미고개로 가는 길 초입에는 과거 충남도지사를 비롯한 고위관료들이 사용했던 관사촌이 남아있다. 이곳은 1932년 공주에 소재하고 있던 충남도청의 대전이전을 계기로 일본 관료들을 위해 건립된 전국에서는 유일한 관사촌이다. 1호 관사인 충남도지사 공관은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었고, UN군 참전을 공식 요청한 장소로 역사적 가치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2012년 충남도청이 홍성 내포신도시로 이전하기까지 8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관사촌은 문화재로 지정된 5개 동을 포함 총 10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충남도청이 이전한지 3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빈집으로 남아 있어 그간 관사촌의 활용을 두고 아쉬움이 많았다. 최근 1호 관사에 대한 개ㆍ보수를 완료하고 관사촌 매입 등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전개되고 있어 활용방안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6월 충남도와 2019년 5월까지 관사촌 무상사용 대부계약을 체결하였다. 올해 3월에는 관사촌 매입을 위한 시정조정위원회 심의를 마쳤고 하반기에는 중기지방재정계획과 투융자심사 등 매입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아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새롭게 단장한 1호 관사 정원을 공유 캠핑장소로 활용해 참여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9월부터는 시민들에게 본격 개방되어 각종 회의장이나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비록 관사촌에 대한 소유권이 충남도에 있어 제약이 있지만,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 지역 원로들의 중지를 모아 시민개방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타 시ㆍ도 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전북 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 쌀 수탈의 아픈 역사를 지닌 옛 삼례양곡창고를 완주군이 매입해 역사와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사례다. 지역 예술가들이 '삼삼예예미미'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2013년 개관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조선시대 역참지 등 역사적 흔적을 간직한 근대적 자산과 역사성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탄생시켜 많은 호응을 받는 모범사례다. 비주얼 미디어아트미술관, 문화카페, 책 공방 북아트센터, 디자인 박물관, 김상림 목공소, 책 박물관으로 조성해 문화와 예술을 통해 개인, 지역, 시민 모두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의미 있는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서울의 대표적 철공소 밀집지역으로 공실률이 높아져 문제가 된 지역이었다. 그런 지역이 2000년대 초반부터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경계 없는 예술축제', '물레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해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예술창작촌으로 변신하고 있는 문래동은 폐공장, 철공소 골목 일대를 활용 10여 년 전부터 예술작품과 골목 풍경, 작업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지역재생에 기여하는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시설 욕구는 증가하고 있다. 옛 충남도 관사촌은 매우 훌륭한 기회의 공간이다. 예술인들에게 부족한 소통과 교류의 창작환경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배우고 즐기는 문화예술창작과 레지던스 공간으로 재생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대전시에서는 옛 충남도 관사촌을 전시관, 창작촌, 작가촌, 지원센터 등으로 새롭게 재구성해 가칭 문화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근 테미창작예술센터와 연계해 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확보하고, 옛 충남도청사, 옛 조선식산은행(다비치안경원), 대흥동 성당, 소제동 철도관사촌 및 보급창고 등 근대건축물과 연계하면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노후화 되는 옛 충남도 관사촌에 대한 재생사업이 조속히 이뤄져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촌으로 재창조되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