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독일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장에 있던 안희정 충남지사 등 한국 대표단의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오랜 기다림의 초조함은 한국 대표단 두 손이 번쩍 올라가면서 불멸의 환희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순간이다.
이날은 백제인의 후손인 충청의 문화가 당당히 세계무대에 우뚝 선 날로 역사 속에 기록될 것이다. 백제유적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인류가 보존해야할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고대 삼국 가운데 첫 번째 패망국이라는 멍에 때문일까. 그동안 백제 문화는 신라와 고구려 그늘에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부여 무령왕릉보다는 경주 불국사에 사람과 돈이 모였다. 찬란했던 백제 해상문화보다는 중국 대륙의 고구려 흔적에 더욱 열광했다.
이같은 점을 미루어 짐작하면 백제문화 우수성이 줄곧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을 것 같다. 백제 땅을 이어받은 충청인도 분루를 삼켜야만 했다.
▲ (사진 왼쪽부터) 이용우 부여군수, 오시덕 공주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에 기뻐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
공주 공산성·송산리고분군 부여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능산리 고분군·정림사지·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미륵사지.
1400년 전 백제가 남긴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인류가 보존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 속 충청 문화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이 기대된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세계유산등재추진단 위원장)는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로 공주, 부여, 익산은 브랜드가 크게 높아지게 되고,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벌써 나타났다.
부여 관북리유적을 제외한 충남 소재 백제역사유적지구 5곳을 탐방한 관람객 수는 모두 12만 17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 2695명에 비해 무려 5만 9089명 많은 규모다.
분명 충청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다.
세계유산 등재만으로 충청 문화 및 관광 지속 발전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KTX공주역을 활용한 백제유적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급증하는 관광객을 지역에 머물게 하기 위한 제대로 된 숙박시설을 늘려야 한다. 보전 및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적지구 국유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도 과제다. 백제유적에 대한 국가와 지역주민의 관심을 높이고 타 지역 사례를 연구해 역효과를 사전에 방지하는 선제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경주대 관광레저학과 김규호 교수는 “경주지역 세계유산 관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문화재관리정책에 대한 지역민과의 갈등, 문화유산 현대적 재해석 부족, 유적 발굴, 정비, 복원사업 등에 따른 도심공동화 현상 등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주대 유기준 교수는 “지역주민이 지역에 존재하는 세계유산의 의미와 등재 가치를 인정할 때 이를 보존하지 위한 자발적 노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역주민 관심을 촉구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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