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묵 보령소방서장 |
지난해 주택화재는 전체 화재건수 4만2135건 중 1만861건(26%)이 발생했으며, 최근 3년간 화재 사망자의 54%가 일반주택에서 발생하는 등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다른 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동안 주택 화재발생 시 인명과 재산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주거시설에 대해 소방시설 설치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음에 따른 화재 대비를 위한 초기대응시설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반 주택에 기초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규정하는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2년 2월 개정·시행되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신축 주택은 의무적으로 기초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기존주택에 대해서도 법령 개정 후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초소방시설이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소방시설이며, 화재발생 시 필요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말한다. 소화기는 화재초기에 직접적으로 화재를 진화해 연소확대 방지에 도움을 주는 시설이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발생 시 발생된 연기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려 시설 내에 있는 사람에게 화재의 발생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위험구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시설이다.
실제로 주택의 기초소방시설 보급과 관련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기초소방시설 보급률이 22%에 그쳤던 1977년에는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5860여명에 달했으나 보급률이 94%에 이른 2002년에는 사망자가 2670여명으로 감소했고, 영국에서도 보급률이 8%였던 1988년 사망자가 732명이었으나 보급률이 81%를 보인 2002년에는 사망자가 486명으로 감소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유추해 볼 때, 기초소방시설 설치 의무규정이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화재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화재 발생 시 기초소방시설로 초기에 발견하고 진화한다면 소중한 내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큰 역할을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주택 내에서 화재로부터 최소한의 방어 장치인 기초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고, 기초소방시설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감지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꺼버리는 등 사용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 우리는 스스로의 안전의식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안전이란 원칙을 소중히 여기고 고수할 때만이 지켜질 수 있고, 원칙이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으로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말한 것이고 안전의 최후 보루인 것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모두 다 알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국민 모두가 주택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초소방시설을 설치함으로써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안전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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